과거 인수 · 합병(M&A) 당시 빌린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돈을 조달하는 리파이낸싱(재융자)이 잇따르고 있다. 조달비용을 낮추고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리파이낸싱이 기업재무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풋백옵션(일정 가격에 되파는 권리)부담을 지고 인수자금을 마련했던 기업들이 리파이낸싱을 통해 재무부담을 털어내고 있다. 지난달 진로 풋백옵션 연장에 성공한 하이트그룹이 대표사례다. 하이트는 재무적투자자(FI)인 리얼디더블유가 보유 중인 계열사 진로 주식 441만주의 풋백옵션 행사시점을 2년11개월 연장,진로 주식을 주당 5만2000원에 되사줘야 하는 2300억원의 자금부담을 미루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리얼디더블유의 실제 투자자들이 저축은행 등에서 시중은행과 같은 장기투자자로 바뀌어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또 2년 뒤엔 리얼디더블유로부터 진로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새로 넣어 운신의 폭을 넓혔다. 이 같은 리파이낸싱 계약 전후로 진로 주가는 10%가량 상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최대 리파이낸싱은 오비맥주 건이다. 지난해 오비맥주를 인수한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산업은행을 주관사로 선정해 1조5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 차입액 1조1500억원과 2009년 오비맥주 인수 당시 AB인베브에 제공했던 3억달러 규모 후순위부채(PIK) 등 총 1조5000억원을 새 대주단을 구성해 리파이낸싱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파이낸싱에 적극적이어서 아예 만기 5년짜리 자금을 대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고도 리파이낸싱 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괜찮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1조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10월께 리파이낸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다가올 현대건설 인수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명수 리딩투자증권 자본시장본부 이사는 "과거 호황기에 M&A를 했다 리파이낸싱을 고민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리파이낸싱은 대부분 6개월 이상 걸리는 고도의 재무전략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