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엔화값마저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일본경제가 초비상 상황이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엔고 저지를 위해 대책협의를 하는 등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

12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한때 9100엔 선 밑으로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엔화가치가 달러당 84.70엔으로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후폭풍이었다. 시장에선 엔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였던 1995년 상반기의 달러당 79.75엔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엔화가치 폭등은 일본 경제에 악재다. 올 들어 일본 경제 회복을 이끈 것은 수출이었다. 엔화값이 뛰면 수출회복을 내수 확대로 연결시켜 디플레이션을 탈출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올해 환율을 달러당 90엔 안팎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다. 엔화값이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약 4200억원),혼다는 170억엔씩 감소한다.

결국 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 이는 일본의 생산과 고용 투자 소비를 모두 위축시킨다. 시가 도시유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은 "엔고로 국내 생산과 고용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엔고 대책을 촉구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이날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환율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은행은 구체적인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적절한 대응조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혀 일본정부가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지 주목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일본 재무 당국의 긴박한 움직임의 영향으로 런던 외환시장에서 85.36으로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사에 대한 대출조건 완화 등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