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작년에 "통화가 잘 안된다"는 작은 시골마을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통신용 전주를 설치하려 했다가 공사비보다 3배 많은 인 · 허가비용을 냈다. 1㎡에 불과한 땅에 전주를 설치하는 공사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규제'가 신속한 전주 설치를 가로막았다.
설계도 허가,측량 허가 등 절차가 14단계나 되는 바람에 전주 한 개를 설치하는 데 평균 60일이 걸렸다. 회사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의 통신환경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없애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올해 정부가 최우선으로 개혁해야 할 규제 30개를 선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는 규제 △준수 가능성이 낮은 비현실적인 규제 △중복 및 차별 규제 △신규사업을 저해하는 규제 등이 산재해 있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예컨대 도시락 반찬용 햄을 만드는 한 회사는 '마늘햄''양파햄' 등 다양한 신제품을 기획했다가 검사비용으로만 4억5000만원을 들여야 했다. 기존 생산라인에서 햄을 같이 만든 데다 규격과 안전기준이 같지만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이 품목별로 따로 검사를 하도록 돼 있어 140종에 달하는 제품을 제각각 검사받아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품목이 아니라 유형별로 분류해 검사받을 수 있게만 해줘도 연간 4억원을 줄일 수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된장회사는 볏짚을 이용해 열처리 없이 자연발효로 만든 전통된장 사업을 하려다 접어야 했다. 식품위생법상 규정탓에 전통적인 공정을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올초 회원사를 대상으로 벌인 규제관련 애로사항 전수조사에서 모두 300여개의 건의사항을 받았고 이 가운데 192개를 추려 규제개혁과제로 선정했다. 이날 정부에 건의한 30개는 기업들이 시급하다고 답한 '최우선' 과제들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현장에 남아 있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된다면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