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큰 폭의 조정을 받자 한동안 잠잠하던 개인들의 '스마트머니'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블루칩들이 급락한 틈을 타 활발하게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462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전날 순매수액 2844억원을 포함해 이틀 동안 7464억원어치를 쓸어담은 것이다.

최근 이틀간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대형 IT주다.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2004억원) 하이닉스(1438억원) 삼성전기(783억원) LG디스플레이(498억원) LG이노텍(315억원) LG전자(275억원) 등 6개 종목이 IT주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 공세로 주가가 단기 급락한 IT주를 저가에 사들여 반등 시 차익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IT주가 급락한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때문으로 엄밀히 따져보면 수요가 꺾였다기보다 일시적으로 유통 재고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재고 조정이 완료되고 미국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내달부터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글로벌 수요가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면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최근 주가 하락은 실적 하향폭보다 더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IT주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 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은 IT주가 강하게 상승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IT업종은 최근 투자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수요 둔화뿐 아니라 공급 과잉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개인이 집중 순매수한 6개 IT 종목 중 삼성전기(0.61%) LG이노텍 · 하이닉스(보합)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