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사청문회 시즌이 시작됐다. 12일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8 · 8 개각에 따른 김태호 국무총리 및 7개 부처 장관 후보자,국세청장 ·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0~25일 줄줄이 이어진다.

정치권이 청문회 모드로 들어가면서 여야 간 주도권 싸움도 본격화됐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시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과 부실한 정책검증,한건주의식 폭로전,여야 간 정쟁 등이 또다시 반복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끊이지 않는 위장전입 의혹

이날 열린 이 대법관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6년 경기도 용인 소재 아파트로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이 후보자도 이를 인정했다.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함께 단골 메뉴였다. 위장전입에 걸린 청문회 대상자는 수없이 많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고 자녀 교육용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이귀남 법무부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청문회 낙마,이유도 가지가지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낙마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은 많다. 국민의 정부에서 낙마한 대표적인 인사는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장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과 장남의 병역의혹이 불거져 국회인준이 부결됐다.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문회를 넘어 장관에 임명됐으나 재산신고 누락과 위장전입 의혹에 대한 해명이 불투명해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낙마한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국가 공무원법 위반과 장남의 세금포탈 의혹에 휘말려 취임 3일 만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겪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와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했다. 이 후보는 본인 및 가족 명의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으로,박 후보는 농지 증여를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강원도에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공격을 받았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자녀 취학문제에 따른 위장전입 문제와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이 지적돼 총장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문제는 비슷한 결격사유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잣대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위장전입 의혹을 받은 후보 중 검증을 통과한 인사도 있고,낙마한 인사도 있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정치적 상황이나 여론 추이 등 '국민 정서법'에 따랐기 때문이다.

또 야당은 철저한 검증을 외치면서도 개인 흠결을 들추거나 한건주의식 폭로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고,여당 역시 후보자를 무조건 감싸기에 급급했다.

◆미래 비전도 봐야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청문회가 일부 정당 및 국회의원들의 인기를 위한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흠집보다는 전체 공직자 사회에 지침을 줄 수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자의 과거만 파헤쳐서는 역량 검증에 한계가 있다"며 "미래 비전에 대한 검증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정권마다 도덕성의 기준이 달라 같은 문제에 대해 낙마를 하기도,임용이 되기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도덕성에 대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영/이고운/김일규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