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가슴에 묻은 정 前총리의 '3化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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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만든 말 중에 '3화(化) 정책'이라는 게 있다. 3화 정책은 대학 자율화,고교 다양화,학력차별 완화를 가리킨다.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를 뜻하는 3불(不) 정책과 정반대의 말이다. '정운찬표'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는 3화 정책에는 교육 개혁과 관련해 곱씹어볼 내용이 많았지만 그의 재임기간 10개월 내내 세종시에 밀려 제대로 시행 한번 못해보고 사장된 '비운의 아이디어'로 끝났다.
정 전 총리는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뒤 5월부터 서강대,한국폴리텍I대,원묵고,건국대 등 학교를 잇달아 방문해 3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쪽에선 3화정책을 너무 강조해 마치 교육과학부장관 같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는 "3불 정책이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실상 잘 지켜지지도 않는 규제"라며 3화 정책을 설파했다. "학생 선발권과 교과과정 편성권을 대학에 돌려주고 고교 설립 형태를 다양화하며 학력보다는 능력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교육정책의 방향을 바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강의를 들은 청중들은 '세종시 총리'가 뜬금없이 쏟아내는 교육 비전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질의응답 시간에도 "박근혜 전 대표와 친한가"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았나" 같은 질문만 쏟아져 나왔다. 아예 덮어놓고 "세종시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더구나 20대 초반인 청중들은 정 전 총리가 교수 · 총장 시절 드러냈던 교육 소신보다는 '731부대 발언'과 '빈소 실수' 같은 그의 말실수를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 전 총리는 사퇴 표명 8일 전인 지난달 21일까지도 3화 정책에 관한 특강을 하며 애착을 보였다. 그는 "나는 세종시 총리가 아니라 교육 총리"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전공인 경제와 교육에 손도 대지 못하고 떠났다. 내각 수장에 올라 막강한 권한을 쥐고도 '30년 소신'을 공론화해내지 못한 정 전 총리는 어떤 소회를 가지고 있을까. 세종시 수정안 관철 무산처럼 소신과 현실간 괴리를 실감하면서 떠나지 않았을까.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
정 전 총리는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뒤 5월부터 서강대,한국폴리텍I대,원묵고,건국대 등 학교를 잇달아 방문해 3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쪽에선 3화정책을 너무 강조해 마치 교육과학부장관 같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는 "3불 정책이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실상 잘 지켜지지도 않는 규제"라며 3화 정책을 설파했다. "학생 선발권과 교과과정 편성권을 대학에 돌려주고 고교 설립 형태를 다양화하며 학력보다는 능력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교육정책의 방향을 바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강의를 들은 청중들은 '세종시 총리'가 뜬금없이 쏟아내는 교육 비전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질의응답 시간에도 "박근혜 전 대표와 친한가"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았나" 같은 질문만 쏟아져 나왔다. 아예 덮어놓고 "세종시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더구나 20대 초반인 청중들은 정 전 총리가 교수 · 총장 시절 드러냈던 교육 소신보다는 '731부대 발언'과 '빈소 실수' 같은 그의 말실수를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 전 총리는 사퇴 표명 8일 전인 지난달 21일까지도 3화 정책에 관한 특강을 하며 애착을 보였다. 그는 "나는 세종시 총리가 아니라 교육 총리"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전공인 경제와 교육에 손도 대지 못하고 떠났다. 내각 수장에 올라 막강한 권한을 쥐고도 '30년 소신'을 공론화해내지 못한 정 전 총리는 어떤 소회를 가지고 있을까. 세종시 수정안 관철 무산처럼 소신과 현실간 괴리를 실감하면서 떠나지 않았을까.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