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일자리창출과 미래 성장기반 확충이 중요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물가안정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한은이 정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7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정부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 간극이 제법 커 보일 정도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는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지향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경제 인식차


윤 장관은 지난 1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최근 비정상적 불확실성(unusual uncertainty)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남북문제,주요국의 경기둔화 가능성,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이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12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주요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해 윤 장관과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내비쳤다. 김 총재는 "미국의 경제상황은 둔화가 아니라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김 총재의 판단이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낙관론을 유지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 11.9%(전년 동기 대비)에서 2분기 10.3%로 낮아졌지만 원래 중국 정부가 내건 목표가 8% 성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고,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럽도 독일이나 영국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친서민도 견해차


윤 장관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선 일자리창출,물가안정,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미래 성장기반 확충 등의 국정과제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물가안정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김 총재와 의견이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이루는 방식에선 차이가 존재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물가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대내외 상황을 봐 가며 점진적으로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려 물가안정만 도모하면 자칫 일자리창출이나 미래 성장기반 확충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서민을 위한 최우선 정책이 물가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안정은 저소득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아주 필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또 "금리를 올리면 부채를 안고 있는 계층의 이자부담이 커지는데 현재 70%의 부채를 상위 40%계층이 지고 있는 만큼 금리를 올리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월 인상론 확산

김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시그널을 주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가 이날 "추석은 금리를 결정하는 데 주요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한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9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차장은 "김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자체를 9월 인상의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게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한은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지금은 좋지만 선행지표가 계속 꺾이고 있고,대외 경제 환경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 자신감이 줄어들고 중국은 불안요소가 커졌으며 유럽 경제의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황 연구원은 이에 따라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과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되지만,대외 여건과 국내 경제 상승세 둔화를 고려하면 무리하게 출구전략을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