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망하더라도 낯선 투자대상이라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럴때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농산물펀드나 원자재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농산물 등 원자재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부터 원자재 관련지수를 추종하는 파생형펀드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다만 계절이나 수급 등의 요인에 따라 수익률 변동이 큰 만큼 투자 성향에 따라 펀드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농산물펀드 한 달 수익률 '으뜸'

농산물펀드는 올 들어 수급이 안정되며 가격이 하락해 원자재펀드 중에서 성과가 부진한 편이었지만 최근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급등세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 수익률(12일 기준)은 8.28%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3.71%)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그 중에서도 농산물 가격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파생형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 C-1'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이 10.91%로 가장 높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 A'(10.01%)와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 1A'(8.20%)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 펀드들은 연초 이후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농산물펀드와 달리 올 수익률도 4% 안팎으로 높아졌다.

주식형펀드에서는 한 달간 11.67%의 수익을 거둔 '블랙록월드애그리컬쳐 A'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도이치DWS프리미어애그리비즈니스 A'(6.98%)도 양호한 수익를 거뒀다.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주요 곡물 수출을 중단하면서 밀 옥수수 값이 급등하는 호재가 나왔고 장기적으로는 인구증가와 경기회복에 따라 농산물 수요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변동성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펀드도 선전

농산물펀드를 제외한 원자재펀드들은 연초 경기회복 둔화에 대한 우려로 가격이 급락했던 탓에 올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다. 하지만 원유와 금속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덕분에 최근 수익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원자재펀드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은 6.53%에 달한다. 상위권에는 주식형펀드가 두루 포진했다. 금속과 광물생산업체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광업주 A'는 한 달간 8.43%의 수익을 올렸다. 또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국가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슈로더이머징원자재 A-A'도 6.91%의 수익을 거뒀다.

파생형펀드 중에서는 금속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로저스메탈인덱스 A'가 한 달간 7.02%의 수익률로 두각을 나타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면서 해외에 상장된 WTI선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한국투자WTI원유 1A'도 5.91%의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반면 금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상반기 원자재펀드 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한국투자골드 A'(-0.04%) 'KB스타골드 A'(-0.12%) 등 금펀드들은 최근 한 달 동안 부진했다.

◆환헤지는 필수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투자 방식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투자성향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주식형은 증시에 민감해 대세 상승기에 농산물 가격 상승 이외의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파생형은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형에 비해 낮은 성과를 보이지만 그만큼 위험수준도 낮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농산물 수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라면 파생형펀드에 투자할 만하고,여기에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까지 밝다고 본다면 주식형펀드를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특정 원자재에 집중 투자하는 원자재펀드가 부담스럽다면 다양한 원자재 상품을 지수화해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도 권할 만하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인덱스 A'(6.85%)와 '우리커머더티인덱스플러스 1C-1'(4.70%)이 최근 성과가 좋다.

또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환헤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박현철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상승에 베팅하는 것은 달러 약세(원화 강세)전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환헤지 상품이 유리하다"며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노출 펀드를 선택하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