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산관리 전문가] 김종환 KT&G 투자기획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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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유 부동산 잘 굴려 세금 10억 이상 줄인적 많아요"
"당신 윗선에 얘기해서 더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A사 부동산팀 관계자)
"힘들 겁니다. 이번 매각건에 대해선 제가 회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거든요. "(김종환 KT&G 투자기획부 과장)
회사를 대리해 KT&G 보유 부동산을 10년째 사고 파는 업무를 해온 김 과장(37)은 지난해 말 서울 용산 한강로2가 회사 땅을 매각하는 실무자로 뛰었다. KT&G는 개발용으로 사들였던 1650㎡(500평)의 이 땅을 둘러싸고 A사와 3년째 기싸움을 벌여오던 터였다. A사는 자신들이 주변 땅까지 포함해 개발한다는 이유로 시세를 훨씬 밑도는 가격을 제시한 상태였다.
A사 관계자는 새 실무자인 그에게 '윗선과의 직접 협상'을 들먹이며 땅을 팔라고 위협했다. 김 과장은 "회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매각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시세만큼 받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절대 변함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협상이 지연되면 개발이 늦어져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 A사가 '백기투항'했다. 시세인 3.3㎡ 당 1억2000만원을 주고 땅을 사들인 것이다.
김 과장은 "모든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협상 실무자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다"며 "외부 압력이 내부에서 통하는 순간 협상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협상 실무자가 전권을 위임받아 자신있게 진행해야 상대방도 진지한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국대 부동산학부 93학번(1993년 입학)이다. 대학시절 미팅 때 전공을 묻는 여학생 파트너에게 "부동산"이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한참 동안 웃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실무 중심으로 취업 잘되는 인기있는 전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부동산=복덕방=복부인'이란 등식이 성립하던 때였다. 그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많지 않을 때 전공한 덕분에 입지를 구축하기가 오히려 쉬웠다"고 말했다.
기업 자산관리란 영역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분야다. 쉽게 말하자면 기업 경영여건과 보조를 맞춰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일이다. 부동산은 기업의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기업경영 전반에 든든한 버팀돌이 돼 준다고 김 과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재 KT&G가 보유한 유휴부지를 팔거나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기업의 고유 업역과 부동산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의아해하는 데 대해 그는 "기업이 벌이는 고유한 사업과 부동산 사업은 형제와도 비슷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별개인 것 같지만 부동산 사업은 주력 사업의 방향에 맞춰 운용될 때 기업 수익도 극대화된다는 지적이다. '프로'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 번 잘못되면 기업에 끼치는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 부동산을 제대로 운용하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줄이는 비용의 수십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서울 모처 부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10억원 이상 줄인 적도 많다"고 소개했다.
기업 부동산은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힘든 일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연접부지 개발이 필요한 땅을 사들이는 일이다. 시세의 2배,많게는 3배까지 제시해도 "한 번만 더 연락하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토지주가 부지기수다.
김 과장은 또 다른 힘든 일로 명도와 관련된 소송 업무를 꼽았다. 10년 전 명도 관련 첫 업무차 춘천에 간 일이 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해당 건물에 세들어 있는 10여명의 상인들이 주위를 둘러싸며 협박한 적도 있다고 했다. 지금이라면 차분하게 설득하며 명도 관련 업무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아찔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명도업무를 잘하는 것도 방법이 있다. 원칙적으로는 업무상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약간의 여유를 발휘해 명도화해금(이사비용)을 지급하면 점유자도 적정 선에서 받아줘 결과가 좋다. 점유자는 선의의 피해자이고,낙찰자(소유자)는 채권을 말소하고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이다. 둘의 관계는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명도 과정에서 불법 점유자들이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집주소를 알아 내겠다. 밤길 조심해라'는 말을 들은 적도 많다. 그는 "이럴 땐 기분도 나빠지고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개인적 재테크 투자는 주로 소규모 경매투자를 통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직장인이 부동산 재테크를 하려면 반드시 파트너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중개업자들이 파트너가 되지만 그는 개발사업을 하는 지인을 통해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있다. 2년 전에 투자한 경공매 상품은 파주 인근의 수용대상 부지인데 보상을 받으면 낙찰가 대비 50%가량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투자 때 주의할 사항으로 투자 금액을 들었다. 부동산은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환금성이 떨어진다. 전 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했다가는 자금이 묶여 자칫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