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 직장인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져온 경영학 석사과정(MBA)에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MBA는 경기침체를 피해 몰려든 이들 덕분에 지난 2년 동안 지원자 수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만큼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졸업생들이 취업난을 겪는 등 '사회의 대접'이 마뜩잖자 지원자가 급감한 것이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경영대학입학위원회(GMAC) 소속 332개 MBA 중 올해 지원자가 늘어난 곳은 64%로 2008년의 80%보다 줄었다고 13일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가 별도로 30개 MBA를 조사한 결과 10곳의 지원율이 평균 6.1% 하락했으며 답변을 거부한 MBA도 9곳이나 됐다.

상위권 학교에 더 큰 변화가 있었다. 최고 수준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은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9% 줄어든 6819명에 그쳤다. UC버클리 하스스쿨의 지원자는 11% 감소한 3626명이었다.

일부 MBA는 지원자가 늘었으나 이는 학교의 각종 '자구책' 덕분이었다. 워싱턴대 올린 MBA는 올해부터 전형료를 과감하게 폐지했고 추천서 항목을 없애는 대신 추천자들의 연락처만 기재하도록 했다. 제출용 에세이도 대폭 줄였다.

콧대 높던 미국 MBA가 지원자들의 편의까지 봐주게 된 것은 졸업생들의 취업난과 연봉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상위권 졸업생들조차 5명 중 1명꼴로 졸업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MBA 출신이 금융권에 취직하면 기본급으로 5만5000~8만달러,계약 보너스로 4000달러를 받았다. 2008년과 비교할 때 기본급은 그대로지만 계약 보너스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와튼스쿨의 지난해 캠퍼스 채용은 전년보다 20% 줄었다.

구조조정이 한풀 꺾인 것도 MBA의 지원 열기를 식히는 요인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월가에서만 15만명 이상이 짐을 쌀 만큼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때는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즉각 MBA로 몰려와 지원자가 급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