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에 도전하려고 올초 직장까지 그만뒀는데 합격문이 크게 좁아져 걱정입니다. 시작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다시 취업 자리부터 알아봐야겠어요. "(고시생 김동원씨)

행정고시(5급) 합격자를 현재보다 50%까지 축소하고,그 비율만큼 민간 전문가를 선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다음 날인 13일 서울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학원가는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반면 민간 전문가 채용 확대 소식에 직장인들은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며 반기는 모습이었다.

◆신림동 고시촌 '패닉'

행정고시 2차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신림동 학원에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 이수원씨(30)는 "이번에도 떨어지면 미련없이 포기하고 일반 기업 입사를 준비할 생각"이라며 "시험 공부만 8년째라 나이만 들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휴학 후 고시촌에 들어왔다는 대학생 김경한씨(24)도 "이제 막 학원에서 기본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했는데 행시 합격자 수가 줄어들어 날벼락을 맞았다"며 "포기하고 다시 복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7 · 9급 대비 학원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 학원가는 7급 공채 인원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서울시 7급 일반직 시험을 준비 중인 이상환씨(29)는 "대부분 학생들은 7 · 9급을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7급이 일부 줄어든다고 해도 당장 시험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7급 정원이 줄어들면 9급으로 눈을 돌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쪽에선 행정고시 응시자들이 7급으로 하향 지원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을 점쳤다. A학원 관계자는 "5급 공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일부 행시 준비생이 7급으로 눈을 낮추게 될 것"이라며 "7급 수험생 중에서도 부담을 느낀 학생들은 응시과목이 2개 적은 9급 시험으로 연쇄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장인,나도 공무원 해볼까

반면 민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이 확대된다는 소식에 직장인과 법학전문대학원생,경영전문대학원생 등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국내 교육업계에서 8년 경력을 쌓은 직장인 박형욱씨는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고위 공무원으로 경력 전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고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로스쿨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딴다면 공직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학 중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 있다 국내 한 MBA 과정에 입학한 이모씨도 "민간 기업에서의 경험에다 MBA 학위까지 가진다면 공직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임현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