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분기 가계수지 동향은 '경기 회복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을 보여줬다. 전 가구의 평균 소득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고소득층을 앞질러 분배도 좋아졌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소득증가 가운데 상당부분은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어 서민 체감경기가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달 흑자 68만원

'355만2000원을 벌어서 66만1000원을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내고 221만1000원을 소비한 뒤 68만원을 저축했다. '

지난 2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적인 가계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소득은 7.7% 늘었고 소비는 6.8% 증가했다. 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은 월 평균 289만1000원으로 6.8% 늘었다. 흑자액(가처분소득-소비지출)은 68만원으로 7.0% 증가,저축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 가처분소득 중 흑자액의 비중을 뜻하는 흑자율은 23.5%,소비지출의 비중을 뜻하는 소비성향은 76.5%로 작년 2분기와 같았다.

소득 유형별로는 근로소득이 5.9% 증가했고 사업소득(11.3%)과 이전소득(12.7%)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재산소득은 10.6% 줄어 2008년 4분기 이후 7분기째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이자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지출은 통계청이 분류한 12대 항목에서 모두 늘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가사서비스(40.1%) 가구 · 조명(24.5%) 외래 의료서비스(17.4%) 등의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학원 · 보습교육비는 0.3% 줄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희망근로 등 일시적 효과도

계층별로는 하위 20%인 1분위와 하위 20~40%인 2분위 소득이 각각 17.9%와 9.7% 증가,평균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이들 계층의 소득 증가에 힘입어 1분위 가구의 적자율은 36.6%로 지난해 2분기(54.1%)보다 크게 개선됐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6.4%로 가장 낮았다. 4분위와 3분위의 소득 증가율도 각각 7.1%,6.8%로 1,2분위보다는 낮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가운데 그 효과가 저소득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분위 계층의 소득 증가에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공공 일자리 사업에 따른 일시적인 고용 증대 효과도 작용했다. 정부는 올 들어 희망근로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와 차상위계층 1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고령자와 장애인 중에서도 20만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1분위의 소득이 지난해 2분기에 2.7% 감소,다른 계층보다 소득이 큰 폭으로 줄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하반기부터는 정부 일자리사업이 끝나 저소득층의 고용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