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평화통일 3단계 방안을 제시해 실현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통일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노태우 정부 때 내놨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현 정부의 핵심 대북 공약인 '비핵 개방 3000(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원칙을 가미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발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를 이루는 하나의 통일국가를 목표로 하되,과도적인 단계로 '1민족 2국가 2정부체제'라는 남북연합을 상정했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이를 발전시켜 자주 평화 민주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3단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평화통일 3단계 방안은 이를 좀 더 구체화시켰다. 평화 및 경제공동체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화해협력단계를,민족공동체는 남북연합단계와 통일국가 단계를 통합해 각각 상정한 것이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경제논리를 접목시켰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는 '남북연합→연방→완전통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삼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을 큰 틀에서 유지하며 화해 · 협력 정책을 평화 · 번영 정책으로 계승했다.

이 대통령의 평화공동체는 남북간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 유도 및 평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게 주요 목적이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경제공동체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내놨던 '현대판 대북 마셜 플랜'을 망라하는 단계다.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의 포괄적인 확대와 '비핵 개방 3000'의 본격 가동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북한 지역 내 5대 자유무역지대 설치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곳 육성 △북한 경제 · 금융 · 기술 전문인력 30만명 육성 △북한판 한국개발연구원(KDI)및 KAIST 설립 지원 △400억달러 상당 국제협력자금 조성 △신(新)경의고속도로 건설 등을 제안한 바 있다.

3단계 방안은 이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이 대통령은 "평화공동체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일의 최우선 전제가 북한 비핵화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연계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해 왔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가 한 발짝도 못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