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둔화를 공식 인정한 이후 각종 경제지표마저 부진하게 나오자 비관론자들이 급속도로 힘을 얻고 있다. 뉴욕증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지난주 4일 연속 하락하며 3.3%나 빠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4%를 기록,3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 데다 휘발유 소비와 자동차 대기 수요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0.1%로 줄어든 것이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실업률이 여전히 9.5%대로 좀처럼 줄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48만4000건으로 6개월 만에 최고수준으로 늘어났다.

기업들은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투자를 꺼리면서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 S&P500 지수에 포함된 비(非)금융기업들의 현금보유량은 1조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의 호실적은 "수요증가가 아니라 비용 절감'으로 얻어진 것으로 그마나 이익성장세도 꺾이고 있다"(브라이언 베순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고용 불안→소비 부진→기업이익 감소→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지금 고용없는 경제회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미 탄환을 다 썼기 때문에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미국경제의 회복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비관론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더블딥'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데이빗 로젠버그 전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15일 CNBC에 출연해 "미국경제는 확실히 더블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실업과 가계 및 기업의 지출 축소로 경기침체가 야기될 것"이라며 "미국경제는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미국경제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1.5%의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3%대임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은 사실상 더블딥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블 경제학'의 저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도 "정부가 실업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더블딥 가능성은 50%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미 '실탄'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경기를 부양할 능력이 없다"며 "의회가 나서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