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보다 영리합니다. 미래 비즈니스에서는 '집단지성'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미래예측워크숍에서 미래산업은 오픈 소스(open source)와 집단지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다음은 그의 강연 내용이다.

유엔미래포럼은 지난 8년간 미국 정부에 미래 변화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해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신기술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보고서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미래예측 전문가들도 두 손을 들 정도로 기술과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25년 전만 해도 개인이 자동차와 컴퓨터,휴대폰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 공감하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더 앞서가는 분야(조선 · 자동차 · 통신 · IT · 반도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을 때는 더더욱 그랬고요.

당시 대부분의 사람이 3차 대전이 핵전쟁으로 발발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우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예측했습니다. 오히려 미국과 소련이 우주선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죽은 아이의 체세포로 똑같은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을 때는 미친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죽은 고양이의 체세포를 복제해 똑같은 고양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측을 들으면 가끔 정신 나간 것이 아니냐고 생각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안 들면 미래학이 아니죠.앞으로 25년의 변화는 지난 25년의 변화에 비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지구촌 생명체의 세포조직을 추적,그 생명체의 건강과 생각까지 모니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도 탄생할 것입니다. 일종의 게놈 프로젝트죠.예를 들어 꽃의 유전형질을 사람의 인자에 삽입하면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향기를 발산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몸의 DNA 화학분자는 4개인데,이를 조합하거나 인간의 유전 코드를 바꾸면 키,얼굴모양 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술이 현실화되면 새로운 산업이 발생할 것입니다.

경제 형태도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이미 붕괴됐고,머잖아 자본주의가 소멸하면 '오픈 소스 경제시대'가 올 것입니다. 세상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경제시스템 또한 수백배 복잡해질 것입니다. 이럴 경우 한 사람의 지혜로 그 복잡성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해결 방향을 찾아 나가는 '오픈 소스 방식'이 필요해집니다. 다시 말하면 '집단지성'을 활용한 경제시스템이 보편화되는 것입니다.

오픈 소스와 관련해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인터넷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없습니다.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죠.25년 전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인터넷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래에는 기존의 것이 변하는 게 아니라,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것이 출현할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이 주인이지만,오픈 소스 경제체제에서는 비(非)오너십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전개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시스템을 출품,업그레이드하면서 돈을 벌다가 지금은 너무 복잡해져서 오픈 소스로 내놨습니다. 젊은이 두 명이 만든 유튜브는 창업 1년 만에 구글에 2조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래서 문명 역사 이래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성공한 것은 비(非)오너십으로 여러 사람이 들어와서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식은 무료로 올라가고,응용할 때 다같이 참여하면 훨씬 쉽고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게 오픈 소스 경제의 묘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는 이런 방식을 '집단지성 산업'이라고도 일컫습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집단지성은 오페라와 같습니다.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각자의 지혜를 모으면 훌륭한 작품이 됩니다. 집단지성에 필요한 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전문가 집단인데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서 시너지 현상을 일으킵니다.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 최대의 문제도 집단지성으로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경북 김천에 워룸 같은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GCCSR)'을 마련한 것은 집단지성을 활용해 기후변화의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제롬 글렌 회장은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안티오크대에서 사회학(미래학과정)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어 매사추세츠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미래연구방법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미래의 국가'를 공동으로 출간했다. 뉴욕 타임스,니혼게이자이신문,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등에 미래학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등 미래학을 연구ㆍ전파하고 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