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과 행정구역 개편을 거듭 강조함에 따라 지지부진한 국회 내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저는 이미 극단적인 대결 정치와 해묵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지역 발전과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선진화를 제안한 바 있다"면서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경축사에서 제시했던 정치개혁의 화두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국가의 틀을 정비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1987년 체제'로 통칭되는 현재의 선거와 행정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한국 정치의 최대 문제점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잦은 선거로 인한 국력 소모와 정치적 분열을 청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지지부진한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이 대통령이 다시 드라이브를 건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는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논의가 여야 간 이견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중 · 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석패율제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기초의원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뿐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여야는 지난 4월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를 통해 도(道)는 그대로 유지하되 2014년부터 특별 · 광역시의 구 · 군의회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어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시의적절했다며 정치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 등 야당은 차기 대권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진행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