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남북한 통일문제와 관련,다시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공동체를 구축하고, 남북간 포괄적인 교류 · 협력으로 경제 통합을 준비하는 경제공동체, 한민족의 존엄과 자유,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족공동체 순으로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구상이다. 기본적으로 김영삼정부 시절이었던 1994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 것이지만,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통일세 신설을 위한 공론화를 제안한 것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현재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북핵 6자회담도 교착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통일방안을 제시한 것은 대내외에 평화통일의 의지를 새삼 강조하는 동시에 북측과 대화를 위한 국면전환을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것은 앞으로 통일논의를 국민적 관심사로 공론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통일문제를 더 이상 특정 세력과 정치인의 전담 영역처럼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남북 대치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는 만큼 긴장완화를 위한 관계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통일논의가 본격화하려면 국민적 합의를 위한 여건부터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북측은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사과표명은커녕 우리 군의 서해 방어훈련에 대해 대대적으로 포격을 가하는 등 군사적 위협과 책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통일 논의가 우리 내부에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필요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함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의 비핵화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이 그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북의 전향적이고 진정성있는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통일세 신설을 포함한 남북통일 준비는 우리만의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