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통일세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통일비용 추산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꽤 많지만 조달방법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통일세 논의를 구체화하 기 위해선 먼저 통일 비용을 정확히 추정하고 이에 따라 별도 세목을 신설하든지,아니면 기존 세목에 세율을 붙이든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통일비용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 때문에 정부가 논의를 주도해 정확한 통일 비용 추산부터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일 비용이 나오더라도 이를 통일세로 어떻게 마련할지는 더 어려운 과제다. 우선 가능한 것이 별도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종의 특별세나 목적세로 도입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일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국민적인 조세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전 연구위원은 "술 담뱃세 신설조차 조세 저항에 부딪혀 쉽지 않은 마당에 많게는 수백조원을 거둬들여야 할 통일세를 신설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목적세가 아니라면 독일에서처럼 소득세나 법인세 등 다른 세목에 얹어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통일로 경제규모가 커질 경우 소득이 많은 사람이나 기업이 통일로 인한 혜택을 상대적으로 가장 크게 받는다고 생각하면 소득세나 법인세에 누진 형태로 부과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경문 서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0년 12월 폐지된 방위세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방위세는 기존 세액의 세목에 따라 10~30%를 차등해 부과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국민 전체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세 번째는 부가가치세 형태로 도입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에 일정비율을 더해 통일세를 걷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의 일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작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1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에 비해 낮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걷게 돼 역진의 구조를 띠게 된다. 더불어 어느 정도의 세율을 적용하느냐 여부도 판단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5000만원짜리 자동차의 경우 통일세를 1%만 붙여도 판매가액이 50만원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 경제 전반적으로 소비 둔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이명박 정부 내에 통일세 징수가 시작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