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사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 제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5일 집권 반환점을 앞두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는 '공정 사회 구현'이다.

경축사 전반에 걸쳐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공정경쟁 통해 선진국 도약 = 이 대통령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뒤 선진국 대열로 나아가는 현 시점에서 선진화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은 공정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확립해 국민 누구나 정당한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고 계층 상승도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만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이 대통령은 개인의 자율과 공정한 경쟁, 강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국정 운영을 통해 승자독식 구조를 없애 약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지역간 동반발전 ▲노사간 협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을 구현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또 경제의 `양적 성장'을 국민 각자의 `삶의 질 향상'에 연계시키고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국가경영의 중심에 둘 방침이다.

이런 맥락에서 친서민 정책 기조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청와대는 후반기 최우선 국정기조로 `공정'과 '상생'을 강조한 것이 갑자기 '분배 우선주의'로 기조를 전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집권 시작과 함께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대한민국'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친서민 중도실용'의 국정기조를 더욱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하나의 가치로 상징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경제위기를 벗어났으니 이제 과실을 나누기만 하는데 집중하는 식으로 국정기조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파이를 키워 다 함께 잘사는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선진화도 친서민 = 이 대통령은 정치 선진화와 관련해서도 '친서민 중도실용'의 철학을 일관성있게 담아냈다.

이 대통령은 "`권력의 정치'에서 `삶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며 집단이기주의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실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국민 통합의 밑거름이 되는 정치를 구현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등을 미래를 대비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개헌 논의의 필요성도 재차 밝혔지만, 이러한 이슈는 엄연히 국회에서 다룰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성장 전략과 관련해서는 `녹색 성장'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했다.

특히 녹색산업은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과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도전할 최적의 분야라는 점을 들었다.

◇대북기조 유지속 '통일세' 제안 =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인 대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그동안의 기조가 유지됐다.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이미 제안했던 대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간 군사적 긴장 해소로 평화 체제를 정착시킨 뒤 남북간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 단계인 민족공동체를 형성하자는 내용이 다시 담겼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확정한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의 3단계 통일방안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은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가 함께 진행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그랜드 바겐(북핵일괄타결)'의 기조 아래 '평화공동체'가 선결돼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통일세' 징수 제안은 새로운 대목으로, 통일 비전을 재정립한 시점에서 통일 이후 비용에 대한 재원을 사전에 마련하는 데 대한 논의를 일단 시작해보자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통일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통일은 갑자기 찾아올 수 있으므로 미리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대(對)일본 메시지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발표한 `식민지 지배 사과 담화'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일본의 실천적 노력을 촉구하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이는 박정희 정부 시절 한일회담에서 식민 지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정이 체결된 점, 간 총리가 보수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담화를 발표해 정치적 부담이 심하다는 점 등 국제정치의 현실상 더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한계를 고려한 메시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