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말 출시한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가 발매 이틀 만에 150만장이 팔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장르 사상 최단 시간 최다 판매 기록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된 지 보름여 만에 200만장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틀 만에 72만장이 팔려 올해 출시된 PC게임 중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록됐다.

◆올해 650만장 이상 팔릴 듯

스태크래프트2의 초반 인기몰이는 전작 스타크래프트의 명성에 힘입은 바 크다. 1998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1100만장 이상 팔린 스타크래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이 장르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뛰어넘은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는 이미 검증받은 콘텐츠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게이머들이 많다는 뜻이다.

스타크래프트2가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테란,저그,프로토스 등 세 종족이 영역 싸움을 벌이는 내용은 전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래픽은 3D(3차원)로 발전했고 게임 속 동영상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게 변신했다. 여기에 유저가 게임 스토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능과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온라인 장터(앱스토어) 기능이 도입됐다. 블리자드는 이용자가 '지도 제작기'라는 기능을 실행하면 '스타크래프트2'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와 유닛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초반 돌풍에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스타크래프트 2'의 올해 판매량을 최소 500만장 이상으로 보고 있다. 라자드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콜린 세바스찬은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 첫 회계연도 안에 650만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관건은 한국 시장

하지만 전 세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출시 첫주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크래프트2는 PC방 인기 순위에서 2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출시되자마자 PC방 게임 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를 한 것에 비하면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적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전작 스타크래프트의 성과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100만장이 팔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판매량의 40%에 이르는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블리자드는 한국에서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게임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패키지 판매가 아닌 다운로드 방식으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초기 한시적으로 무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하지만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유료로 전환시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PC방 보급률이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 시장에서 아직 스타크래프트2의 보급률이 낮다는 점도 변수다. 물론 서비스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지만 아이온,리니지 등 경쟁 제품이 많은 한국 게임 시장의 특성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적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이유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기념해 전 세계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특히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에서만 2000여명의 게이머를 초청해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게임 속 모든 대사와 자막,메뉴 등을 출시와 동시에 한글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한국 시장을 의식한 조치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단순히 문자 번역이 아니라 인기 성우를 기용해 캐릭터의 음성까지 한국어로 제작했다"며 "단순 의미 전달이 아닌 게임 속 현장감을 게이머와 공유하기 위해 현지의 문화를 담았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