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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연속경기 홈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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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가 시속 150㎞로 던진 공이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0.44초 정도다. 우리 몸이 어떤 움직임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데는 0.19초가 걸린다고 한다. 타자는 0.25초 안에 칠 것인지 말 것인지,또 어떻게 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눈깜빡할 순간 공의 구질과 높낮이를 판단한 다음 공 중심에서 1.2㎝ 이상 빗나가지 않도록 베트를 휘둘러야 안타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이론보다는 무수한 훈련을 통해 몸에 밴 감각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을 게다.

    더구나 무게 141.7~148.8g의 야구공에 속도가 붙으면 가공할 위력을 지닌다. 150㎞의 속도로 인체 모형에 부딪히는 실험을 해봤더니 공의 압력이 82t에 달했다고 한다. 5㎝ 두께의 얼음판 3장을 부술 정도의 힘이다. 여기에 투수가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투구 스피드와 회전방향에 따라 구질이 달라진다.

    홈런은 더 어렵다. 일단 공의 속도에 밀리지 않을 만큼 배트 속도가 빨라야 한다. 또 배트 끝에서 17㎝ 부근에 공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진동을 최소화해 배트의 운동 에너지가 손실 없이 공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관중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부담감 속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건 물론 자신의 몸 상태,경기 흐름 등의 변수까지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홈런을 치려면 뛰어난 타격 기술과 강인한 정신력에 운(運)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작정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보다 마음을 비워야 홈런이 더 잘 나온다는 것도 빈 말이 아닌 셈이다.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을 쳐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이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기록(8경기 연속 홈런),1936년부터 시작된 일본 프로야구 기록(7경기 연속 홈런)을 모두 뛰어넘는 성과다. 경기마다 투수와 구장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기록 경신에 대한 압박감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실이라 더욱 값지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인 1982년 태어난 이대호는 고교시절 투수였으나 프로 입단 직후 어깨 부상을 당해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까지 받는 시련을 극복하고 연속경기 홈런왕으로 거듭났다. 몸무게 130㎏에 달하는 거구에 타고난 타격 감각을 갖춘 '거포' 이대호가 계속 새 기록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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