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정책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한 예로 민주당 소속인 바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이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금 실상을 보면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부시 때보다 오히려 더 강경하다. 원래 공화당의 외교정책은 'peace by strength',즉 평화는 힘으로 얻는 것이란 원칙을 바탕으로 먼저 국방을 튼튼하게 한 다음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가급적 평화적 대화(engagement)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익이란 큰 맥락에서 보면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
정작 두 당의 큰 이념적 차이는 국내정책에서 드러나며,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사안이 바로 경제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이 성공해서 서민경제가 더 좋아지면 2년 뒤 재선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권은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이다. 지금 말썽 많은 반불법 이민정책도 실은 불법 이민자들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다. 애리조나주로서는 더 이상 불법 이민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에 독자적으로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건강보험개혁안도 보험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이론에는 공화 민주 다 동의하지만 거기에 드는 엄청난 비용이 논란거리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이 무너지면 민주정치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데 모두 동의하지만 빈부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방법론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빈부격차를 줄이려면 빈곤층을 끌어올려야 하며 정부의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부유층의 세금을 더 올려 가난을 퇴치하자는 소위 분배이론이 나온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빈부격차를 줄이려면 빈곤층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무상급식이 아니라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달라 보인다. 보수는 수구골통 노인들이고 진보는 젊은 세대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또 하나의 세력이 있다. 바로 친북 좌파세력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이다. 만일 미국 시민이 북한에 가서 그 나라를 찬양하고 조국을 신랄하게 비난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입국을 거절당할 것이다. 나라의 운명에 관한 문제 앞에서 어떻게 이념적 대립이 있을 수 있는가.
전 미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