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15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희망을 국민과 함께 복원하겠다"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2008년 7월 정치적 칩거에 들어간 후 2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10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내 역학구도에 대변화가 예상된다.

손 고문은 이날 춘천시 거두리 농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한민국은 부자와 서민,강남과 강북,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분열되는 중병을 앓고 있고 양극화로 국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게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복귀를 공식화했다.

2년간의 칩거생활과 관련,손 고문은 "춘천 산속으로 들어올 때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려와서 딱히 정치를 언제 다시 시작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승자독식의 사회가 심화되는 걸 보면서 '어쩌면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속에서 정치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진보의 이념논쟁에 앞서 국민생활 속에서 실천을 고민하고 이를 옮기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는 게 손 고문의 진단이다.

그는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는 맹자의 말처럼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정치의 우선 과제"라며 "자유방임적 시장주의를 맹신하는 작은 정부의 허상과 승자독식주의를 과감히 배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땀 흘려 노력한 사람에게 기회가 열리는 서민 중산층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게 대한민국 민주세력에 주어진 첫 번째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민주세력이 '더 큰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손 고문의 정계복귀 선언으로 민주당은 당장 10월 전당대회에서부터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고문과 정세균 전 대표 등 당내 '빅3' 간 진검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손 고문이 본격적인 여의도 행보에 나설 경우 정 전 대표와 정 고문 측이 대립 중인 전당대회규정을 둘러싼 기싸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손 고문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당권 도전의사를 묻는 질문에 손 고문은 "내가 정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조건이 있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 중진들과 486 의원들 간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는 "고민 끝에 생각은 정리해 뒀지만 현재 밝히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손 고문의 정계복귀 간담회에는 이광재 강원지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춘천=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