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타타에 넘어간 대우상용차, 6년만에 수출4배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사장은 인도 출장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했다. 그는 부품 조달과 대주주 타타자동차와의 업무 협의를 위해 매달 현지를 찾는다. 김 사장은 "본사가 수도권이 아닌 전북 군산인데다 상용차만 만들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 높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상용차 부문이 인도 타타자동차에 팔린 것은 2004년 3월.출범 이후 6년간 타타대우는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수출은 상용차 판매 세계 5위인 타타그룹의 글로벌 판매망을 타고 4배 이상 급증했다.

완전한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인도 기업 특유의 문화 덕분이란 분석도 있다.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타타대우의 성공적인 한국시장 안착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임원파견 최소화…독립경영 보장

타타대우에서 근무하는 인도인 임원은 부사장급인 재무담당과 마케팅 담당 등 2명뿐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부 · 차장급도 5명에 불과하다. 1300명 안팎에 달하는 임직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2004년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직후 "타타대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타타대우는 현지법인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며 "조직 개편과 인사 등 모든 결정을 사후 통보하는 방식이어서 속도있는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작년까지 다국적 엔진업체인 커민스 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다.

타타대우가 타타자동차와 공동으로 신차를 개발하고,기술소유권을 공유하는 것도 다른 외국계 기업과 다른 점이다. GM대우의 경우 모든 기술소유권을 GM 본사가 갖고 있다.

타타대우는 출범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009 회계연도(2009년4월~2010년3월)에 매출액 6838억원,영업이익 235억원을 기록했다. 2004년 대비 각각 2.3배,2.1배 성장한 수치다. 수 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내수업체였던 이 회사는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이 됐다. 영업이익은 한 번도 100억원을 밑돈 적이 없다. 모기업에 대한 배당성향은 연 10~20% 선이다.
印 타타에 넘어간 대우상용차, 6년만에 수출4배
◆'대형차 면허' 따려는 임직원들

타타대우 내부에선 요즘 '대형 면허' 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덤프트럭과 카고 등을 주로 생산하는 만큼 임직원들이 대형 트럭을 직접 운전할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퍼져 있다. 임원과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 70여 명이 대부분 대형 면허를 취득한 상태다.

타타대우는 최근엔 SK에너지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었다. 전국 SK에너지 주유소에서 타타대우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쉬면서 경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별도로 타타대우상용차 판매법인을 신설,자체 판매망을 확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위탁 판매를 맡아온 대우자동차판매가 정상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차판매와의 계약은 오는 10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완성차업계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노사 관계도 좋은 편이다. 지난달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노조 전임자 수를 종전의 11명에서 법정 한도인 3명(풀타임 기준)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5년 내 종합 상용차그룹" 비전

타타대우는 향후 2015년까지 종합 상용차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5개년 전략'을 세우고 있다. 30% 수준인 국내 중 · 대형 트럭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1t짜리 소형 트럭과 2.5~3t 규모 준중형 트럭,대형 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용차 부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 · 장기 과제로 타타의 저가차인 나노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경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외 판매대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군산 공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10만여 평 규모의 별도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사장은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한 후 타타대우와 같이 현지화와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