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이요?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 소득입니다. "

큰일을 겪고 나면 성숙해진다던가. 만 20세가 안 된 '영건' 노승열(19 · 타이틀리스트)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목소리는 앳됐지만 말뜻은 분명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노승열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위슬링 스트레이츠GC(파72)에서 끝난 USPGA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28위를 차지했다. 초반에 비해 처지긴 했으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7명의 한국(계) 선수 중 유일한 언더파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18위여서 '톱10' 진입도 기대됐지만 최종일 오버파를 친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 날 샷은 나흘 중 가장 좋았어요. 다만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찼고,버디로 연결할 수 있는 쇼트퍼트 대여섯 개를 놓친 게 좀 아쉬워요. "

노승열은 올시즌 드라이버샷 거리가 평균 306야드인 '장타자'다. 노승열에게 어릴 때 골프를 가르친 최명호 프로는 "승열이는 유연성이 좋고 헤드스피드가 빠르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 있는 타이틀리스트 성능실험실에서 재봤는데 타이거가 시속 125마일,승열이가 124마일 나가더라.미국PGA투어의 장타자 버바 왓슨이 126마일 정도이므로 스피드만큼은 손색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쇼트게임은 아직 가다듬어야 할 여지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도 절실히 느꼈어요. 오늘도 퍼트가 안 돼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한 것처럼 그린 주변에서 이뤄지는 쇼트게임과 퍼트의 정확도를 높여야 선두경쟁을 할 수 있다는 걸."

노승열이 '아시아의 유망주'로 각광받자 이틀 전 미PGA투어 윈덤챔피언십 조직위원회에서도 그를 부랴부랴 초청했다. 노승열은 이번 주 노스캐롤라이나주로 가 이 대회에 나간다. 다음 주 한국에 들어와 1주일간 휴식을 취한 후 스위스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겸 아시안PGA투어 오메가마스터스에 출전할 계획이다.

"오메가마스터스는 APGA투어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가야 합니다. 제가 지금 APGA투어 상금랭킹 1위인데 그 자리를 유지하려면 출전해서 성적을 올려야지요. 상금왕을 유지하면 내년 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지거든요. "

노승열의 꿈은 미국에 진출해 최경주 양용은처럼 되는 것.애초엔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를 통해 미국 무대를 노크하려 했으나 마음을 바꿨다. "지금처럼 큰 대회에 나가 세계랭킹을 올리고,APGA투어 상금왕에게 주어지는 초청권을 잘 이용해 내년 가을 미PGA투어에 직행하는 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노승열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108위에서 99위로 9계단 올랐다.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버바 왓슨(미국)과 동타를 이룬 후 치른 '3홀 연장전'에서 이븐파를 기록,1오버파를 친 왓슨을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땄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