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클러스터'가 뛴다] (4) 수성 접착제 개발 '아팩', 회원사 덕에 신제품 활로 찾아
연포장재는 라면,과자 등에 쓰이는 얇은 포장재로 플라스틱 필름 세 겹이 겹쳐 있는 구조다. 겹겹의 필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특수 접착제가 필요한데 기존엔 벤젠 톨루엔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만든 유성 접착제를 사용했다. 경기도 반월공단의 접착제 업체 아팩의 심명식 사장은 2007년부터 10억원을 투자, '수용성 연포장재용 접착제'개발에 몰두했다. 심 사장은 3년 만에 물을 사용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고,접착성도 기존 제품보다 좋은 접착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신제품 테스트 중에 예기치 않은 문제점이 불거졌다. 샘플을 들고 고객들을 찾아 다녔지만 생소한 수성 접착제를 써 보려는 회사가 없었던 것.검증이 안된 접착제는 팔리지 않았다. 심 사장은 "매출 100억원대 회사에서 10억원을 투자한 것은 모험이었다"며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반월 · 시화공단 '정밀화학 미니클러스터'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게 2009년 5월께다. 연포장재를 만드는 회원사인 율촌화학,삼민화학,뉴크리에이션 대표들에게 수성 접착제 실험을 제안했다. 비용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하는 '지역특성화과제'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수성 접착제를 쓰면 작업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냄새가 나지 않아 작업환경도 쾌적해졌다. 율촌화학은 당장 주력제품인 농심 '둥지냉면' 포장지에 아팩의 수성 접착제를 사용했다. 뉴크리에이션은 포장지 생산기계를 수성 접착제에 맞춰 바꾸기도 했다. 심 사장은 "수성 접착제로 앞으로 3년 내 2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화학 미니클러스터'는 이처럼 기술력 있는 중소 화학업체들이 신사업을 찾고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기업 간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만들어진 이 미니클러스터에는 반월 · 시화공단의 재료,의약,섬유,염색 등 2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오성섬유는 2008년 주력사업인 겨울용 의류 염색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계절을 타지 않는 레저용 염색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니클러스터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영환 박사팀을 만나면서 활로를 찾았다. 산학협력으로 특수섬유인 CDP원사의 염색 방법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CDP원사는 기존 스포츠 의류에 쓰이던 폴리에스터보다 선명하게 염색할 수 있고 햇빛에 노출돼도 색이 잘 바래지 않는다. 올초 제품개발에 성공한 오성섬유는 벌써 나이키와 4만달러어치 CDP원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미니클러스터 내 디자인 업체인 트웨니디그리와 마케팅 업체 베스베이와 협업, 자전거용 의류도 만들었다. 박종찬 오성섬유 부사장은 "미니클러스터 덕분에 매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주력 사업까지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