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이 보이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맥거프의 스튜디오.미국 작가 닥터 수스의 1971년작 동화 '더 로락스(The Lorax)'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미 유니버설스튜디오의 2012년 개봉 예정작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올여름 개봉 2주 만에 1억3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히트 애니메이션 '슈퍼배드(Despicable Me)'도 이곳에서 제작됐다. 월트디즈니의 마블스튜디오가 내년 개봉 목표로 3차원으로 제작 중인 새 히어로 영화 '토르(Thor)'의 특수효과도 맥거프가 다른 프랑스 스튜디오와 함께 맡고 있다.

'메이드 인 프랑스' 미국 영화가 늘고 있는 배경엔 유로화 약세로 프랑스 내 제작비용이 줄어든 덕도 있지만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 컸다고 최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분석했다. 지난해 프랑스는 외국 영화제작자들이 프랑스에서 사용한 제작비용을 편당 최고 510만달러까지 보조하는 내용의 세금 환급 법안을 승인했다.

프랑스의 행보는 영화 로케이션(야외촬영지) 유치를 위해 일찌감치 인센티브를 제공해온 영국 따라하기 성격이 짙다. 영국은 지난해 외국 영화사들로부터 7억5200만파운드의 외자를 유치했다. 전년의 두 배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초엔 미 워너브러더스가 1억파운드를 투자해 해리포터 영화가 제작된 리브스덴스튜디오를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영화제작사 모임인 Pact의 존 맥베이 대표는 "환율과 인프라도 로케이션 선정에 기여하지만 인센티브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로케이션 유치 선두주자는 캐나다로 1996년부터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금융위기가 강타한 지난해에도 외국 영화사들이 캐나다에서 영화 제작을 위해 들인 비용은 1억1800만달러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세르비아는 외국 영화제작사를 위한 세금 감면 법안을 검토 중이고 칠레 핀란드 노르웨이는 세제 혜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007영화 '카지노로얄'과 '본아이덴티티'가 촬영된 동유럽의 유명 로케이션 지역인 체코도 경쟁국들의 인센티브 제공 확산에 지난해 말 제작비용의 20%를 되돌려주는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미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금융위기로 영화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어려워져 최고의 여건을 갖춘 로케이션 지역을 찾는 게 당연시되고 있지만 체코는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고 있다"며 체코의 인센티브 지원책 부재에 직격탄을 날린 직후였다. 외국 영화사들이 체코에서 사용한 제작비용은 2003년 2억7600만달러에서 2008년 3700만달러로 급감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초 인센티브를 내세워 일본 영화 '제로 포커스' 로케이션 유치에 성공하는 등 한국도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로케이션 유치는 자국 영화 제작에 기여할 능력 있는 제작 인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관광산업 부양에 도움을 준다. 지구촌이 영화 로케이션 유치 전쟁에 빠져들고 있는 이유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