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의 활동이 부진해진 실리콘밸리에서 '슈퍼엔젤(super angel)'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슈퍼엔젤들이 요즘엔 외부 자금을 끌어모아 펀드를 조성,기존 벤처캐피털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전 구글 임원이었던 아이딘 센커크는 최근 기관투자가들과 헤지펀드 매니저 피터 티엘 등 부유한 개인들에게서 4000만달러를 모아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 6월엔 또 다른 전 구글 임원 크리스 사카가 850만달러의 펀드를, 5월엔 벤처투자가 론 콘웨이가 2000만달러의 슈퍼엔젤 펀드를 조성했다. 전 페이팔 임원인 데이브 매클루어와 슈퍼엔젤 투자가 마이크 메이플스도 각각 3000만달러와 7350만달러의 벤처투자 펀드를 만들었다.

슈퍼엔젤들은 2000년대 초 닷컴 붕괴 이후 전통적인 벤처캐피털의 활동이 위축되자 적게는 2만5000달러에서 많게는 100만달러까지 신생기업들에 투자하며 벤처캐피털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슈퍼엔젤의 투자를 받았던 대표적 기업들로는 페이스북과 민트닷컴,징가게임네트워크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온라인 헬스케어 회사인 '프랙티스 퓨전'의 경우 지난해 초 벤처캐피털들이 외면했을 때 슈퍼엔젤의 도움으로 긴급자금 100만달러를 조달했고,결국 지난해 말 한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자기 돈으로만 투자하던 슈퍼엔젤들이 펀드 조성으로 적잖은 '실탄'을 확보하면서 벤처캐피털과 직접 경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초 4억달러의 펀드를 조성했던 벤처캐피털 회사 레드포인트벤처스의 제프 양은 "몇몇 투자에선 슈퍼엔젤들이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해 우리 몫이 줄었다"며 "슈퍼엔젤이 투자 건을 들고 올 땐 이들의 전략이 무엇인지,과연 '적'인지 '동지'인지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슈퍼엔젤

슈퍼엔젤이란 과거 벤처회사 창업주나 경영자였던 개인투자자(엔젤)로 이들이 움직이면 다른 투자자들도 동참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반 엔젤보다 한단계 '차원' 높은 투자자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