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를 둘러싸고 터키가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무기 거래와 관련한 '최후통첩'을 보냈다. 한국도 이란 제재와 관련, 미국으로부터 동참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이란 초강경 대응정책이 곳곳에서 우방국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오바마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터키 정부가 반 이스라엘 · 친 이란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경우 터키가 구매를 원하는 미국산 무기를 획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에르도안 총리에게 '터키의 최근 행동을 볼 때 미 의회가 터키를 동맹국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며 "이는 무기 제공을 비롯해 터키가 미국에 요청한 것 중 일부가 의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터키가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터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터키가 미국에 요청할 만큼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처럼 전통 우방 터키에 극단적인 강경발언을 내놓게 된 것은 지난 6월 유엔의 대이란 제재안 표결 시 터키가 제재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당시 터키의 '전열 이탈'에 크게 당황한 미국은 이후 못마땅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달 캐나다 토론토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 총리를 만나 "터키가 유엔 표결에서 동맹국으로서 행동하지 않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은 또 터키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행 국제구호선 공격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추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