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토지비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를 놓고 건설사와 금융권 간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은 이를 추진했던 2개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시행사가 파산신청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 전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투자했던 사업들이 '시장 침체'로 하나둘 좌초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8월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공공 및 민간 주도 공모형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은 모두 44개,120조원(사업비 기준)에 이른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을 찾기란 어렵다. 다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해답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 참여자들이 사업을 재검토하고 원만하게 사업이 진행되도록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양보와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PF 개발사업의 본질이 다양한 참여자들이 위험을 분담하는 형태임을 감안한다면 건설사에만 위험을 부담시키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최근 주택시장의 침체,국제회계기준의 도입에 따른 지급보증에 대한 부담 등 과거의 PF 관행을 고집하기에는 시장 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공공기관 역시 공모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원칙론만을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필요하다면 개발이익의 일부분을 환수하더라도 개발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용적률 조정,개발사업의 단계화 등 사업계획을 수정 · 보완하고 협약내용을 재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토지대금 납입기간을 조정하고 향후 개발이익에서 이윤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표류에는 입찰 경쟁을 통한 과도한 토지비용이 문제가 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호황일 때 너무 긍정적으로 예측한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시장이 불황이라고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는 것 또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향후 시장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김기형 <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