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골리앗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영웅 다비드를 묘사한 관능적인 조각 '다비드'상.500살이 훌쩍 넘은 이 걸작을 둘러싸고 이탈리아 정부와 다비드상을 보유하고 있는 피렌체시(市)가 팽팽한 소유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에서 고용한 변호사들이 최근 피렌체 시장에게 "다비드상은 (이탈리아) 정부 소속의 문화재"라며 조각상의 소유권 이전을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 보도했다. 정부 측 변호사들로 꾸려진 이 팀이 피렌체시에 발송한 9장짜리 문건에 따르면 "피렌체시가 아닌 이탈리아 정부가 피렌체 공화국의 법적 계승자"라며 "미켈란젤로는 카라라 지역의 순백색 최고급 대리석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피렌체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태클'에 피렌체시는 발끈하고 나섰다. 피렌체시를 대변하는 변호사 마테오 렌지는 자체 조사한 역사 연구를 인용해 "로마가 이탈리아의 수도가 됐을 때 피렌체 베키오 궁전에서 서명한 1870-1 협정에 따르면 조각상은 피렌체 소유물이 맞다"며 맞섰다. 렌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산드로 본디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과 독대를 요청한 상태이며 피렌체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비드상은 냉정과 열정의 도시 피렌체를 '먹여 살리는' 효자로 입장권 판매액으로만 매년 800만유로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1502년 당시 26세이던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상을 조각하기 시작해 2년 뒤인 1504년 높이 4m의 거대한 다비드상을 완성했다. 피렌체의 자존심을 대변해온 다비드상은 오랫동안 로마를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곳의 독립을 상징해온 걸작이다. 그리스 조각의 고전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지만 균형 잡힌 신체와 매력적인 얼굴에는 세속적 관능미가 풍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