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진통을 겪고 있는 당직 인선을 매듭짓기 위해 최고위원들을 상대로 '소원수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를 통해 당직 인선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돌아온 안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 6명을 제외한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에게 자리를 비워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안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흰 종이를 나눠준 뒤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와 여성 대변인, 여의도연구소장, 윤리위원장 등 주요 당직에 대해 원하는 인사의 이름을 써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의 당직 인선안에 반발이 심한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최종 수렴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된다. 당직 인선에 가장 반발이 심했던 홍준표 최고위원 측 관계자도 "안 대표 측에서 이번에는 최고위원 간 조율을 통해 당직 인선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당직은 충청몫 지명직 최고위원과 여성 대변인 자리다. 안 대표 측에서 기존에 제시한 박성효 전 대전시장 카드가 서병수 최고위원 등 친박계의 반발로 재검토되고 있다. 친박 측은 김학원 전 의원과 이완구 전 충남지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대변인은 안 대표와 홍 최고위원 · 김무성 원내대표 사이에 이견이 크다. 안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본인을 도왔던 배은희 의원을 맘에 두고 있으나 홍 최고위원과 김 원내대표는 정옥임 원내대변인을 강하게 밀고 있다.

진수희 의원의 입각으로 공석이 된 여연소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향후 총선 · 대선 구도에서 당내 싱크탱크인 여연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부소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와 가까운 정태윤 부소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김 부소장은 최장수 부소장이란 점과 여연의 주기능인 여론조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내부 승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