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경제 발전으로 한국인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평균수명(남자 76세,여자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34.4%,여자는 28.9%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 2005~2007년의 암 관련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3~4명으로 구성된 단출한 가족이라도 그 중 한 명은 암 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한국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10대 암은 위암,폐암,대장암,간암,전립선암,갑상선암,방광암,췌장암,쓸개 및 담도암,신장암 순이었다. 여성 다발 10대 암은 갑상선암,유방암,위암, 대장암,폐암,간암,자궁경부암,쓸개 및 담도암,난소암,췌장암 순이었다. 남녀 전체로 본다면 위암,대장암,폐암,갑상선암,간암 순이었다.

한국인에게 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은 평균수명이 연장된 게 가장 큰 요인이고 여전히 높은 흡연율과 만성간염 환자 수,열량과잉섭취로 인한 비만,운동부족을 초래하는 서구식 생활방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검진 서비스 확산으로 조기진단율이 상승한 영향도 크다.

위암은 냉장고 보급 등 위생수준 향상으로 과거에 비해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암이다. 짠 음식,탄 음식,질산염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데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률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질산염은 육류나 생선가공제품에 보존제로 많이 첨가되기도 하지만 비료 사용으로 배추나 무 시금치 당근 같은 뿌리 채소에 질산염류 농도가 높아지고 젓갈까지 넣어 김치를 담글 경우 그 농도가 더욱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과잉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습관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할 수 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항산화제인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위암은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생률이 4배로 증가한다. 40세 이상이면 누구나 2년마다 위장내시경 또는 위장조영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대장암은 생활방식의 서구화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암이다. 2000년 8648명이었던 연간 대장암 환자 수는 2007년에 2만558명으로 7년 새 2.4배나 증가했다. 발생 건수로는 2000년 당시 위암 폐암 간암에 이어 4위였으나 2007년에는 위암 갑상선 대장암 폐암 순으로 바뀌면서 2위로 올라섰다.


2006년 4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중앙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은 사람 1316명(남자 864명,여자 4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의 23.1%,여성의 13.9%가 대장용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1.5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40세 이하는 7%, 40~59세는 21.2%,60세 이상은 33.3%에서 용종이 발견돼 고령자일수록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전체 검진 인원의 32.1%(423명)가 복부비만인데 이 중 26.5%(112명)에서 대장선종이 발견돼 복부비만이 없으면서 대장선종이 있는 사람(16.9%)보다 1.5배가량 발견율이 높았다.

정수진 · 김영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04년 10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이곳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5254명(30대 608명,40대 1930명,50대 27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대장암으로 변화될 확률이 훨씬 높은 선종성 용종의 발견율이 30대 10%,40대 22%,50대는 33%로 높게 나타났다. 40대 흡연자의 29%(140명)에서 선종성 대장용종이 발견됐는데 동일 연령대 비흡연자의 19%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치다. 또 40대 조사 대상 중 남성 27%,여성 14%가 선종성 대장용종을 가져 마찬가지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용종의 절반 정도는 정상세포가 자라서 생긴 과형성 용종으로 1㎝ 미만으로 크기가 작다면 제거할 필요가 없으나 선종성 용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크기와 상관없이 제거하는 게 원칙"이라며 "남성은 여성보다 음주나 흡연을 많이 하고 잦은 회식으로 육류 섭취가 증가하는 등 위험요인에 많이 노출돼 선종성 용종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학계에서는 50세부터 5년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권하고 있지만 이 같은 연구결과를 보면 가족력,흡연,복부비만 등의 다른 위험요인이 있다면 40세 전후에 더 짧은 주기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금연과 절주,규칙적인 운동 및 저지방ㆍ고섬유 식사요법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대장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196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흡연율은 폐암 후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는 시한폭탄으로 다가와 있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오던 49세 김모씨는 올해 검진에서 흉부 X-레이 사진과 폐기능검사를 바탕으로 매겨진 자신의 폐 나이가 68세에 해당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30년 동안 담배를 피워오면서도 큰 문제가 없어 안심했는데 폐는 20년 더 늙어버렸다는 말에 아연했다.

오승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20대를 정점으로 점차 폐기능이 저하되지만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폐기능이 나빠지는 속도가 비흡연 성인의 2배가 되고 이는 나이가 들수록 누적적으로 악화된다"며 "금연 후 초기 2년간은 폐기능이 호전돼 만성기침 가래가 사라지고 이후엔 정상 성인과 같은 속도로 폐기능이 감소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금연으로 폐암의 약 90%를 예방할 수 있다"며 "금연 후에도 최대 20년까지 폐암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고령일수록 암 발생률이 상승하는 것까지 감안해 가급적 이른 나이에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흡연은 암 외에도 동맥경화로 인한 뇌ㆍ심혈관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의 동시 발생),폐렴을 일으켜 고령층의 사망위험을 높인다.

간암은 간염바이러스 예방백신 접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과거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기성세대가 과음,과로,발암물질(부패된 땅콩이나 곰팡이가 슨 곡물 등)이 함유된 식사를 지속함으로써 간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대폭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출생 2개월 후부터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간염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성인도 혈액검사 후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으면 맞는 게 좋다. 다만 50세를 넘기면 항체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보다 이런 경향이 크다. 다만 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기본접종 외에 추가로 1~3회 더 접종하거나 양을 2배로 늘려 한두 번 더 맞으면 약 40%에서 항체가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

유방암은 기름진 음식과 운동부족 등 생활패턴의 서구화,만혼,저출산 또는 늦은 나이의 출산,빠른 초경과 지연된 폐경 등에 의해 증가하고 있다. 유근영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가 2004년과 2005년에 유방암 확진 환자 690명과 대조군 13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고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HDL-C)이 낮을수록,중성지방(TG)이 높을수록 유방암 위험도가 현저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HDL-C 농도가 50㎎/㎗미만으로 낮은 집단은 60㎎/㎗이상으로 높은 집단에 비해 유방암 위험도가 2.04배 높았고,혈중 중성지방이 150㎎/㎗이상으로 높은 그룹은 150㎎/㎗미만으로 낮은 집단에 비해 유방암 위험도가 1.35배나 높았다. 혈중 HDL-C 농도가 50㎎/㎗미만으로 낮으면서 동시에 혈중 중성지방DL 150㎎/㎗이상으로 높은 그룹은 유방암 발생위험이 2.2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20~30대 여성의 유방암 유병률은 서구보다 4배나 높은 것도 급격히 늘어난 지방섭취량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금의 20~40대가 50대가 되는 나이에는 유방암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여성들은 지방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함으로써 그 위험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남성들에게 다섯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전립선암도 비만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비만이 체내 호르몬수치를 변화시켜 전립선암을 초래하는데 일반적으로 비만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더 많이,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은 더 적게 분비되도록 유도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암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게 사실이지만 비만으로 테스토스테론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오히려 종양을 더욱 증식시킨다는 게 최신 연구결과다.

그런데 서울대병원 박진호ㆍ조비룡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건강검진을 받은 3만838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립선암표지자인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해석해보니 고도비만일수록 PSA 수치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정상제중인 사람은 PSA수치가 전립선암 위험에 비례해 상승하는 반면 비만한 사람은 그만큼 상승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전립선암이 있더라도 PSA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비만한 사람일수록 PSA수치가 낮게 나왔다고 안심하지 말고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