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Best Practice‥직원 불만 24시간내 해결…印 HCL, 소통문 열었더니 매출 5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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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거꾸로 세우기식' 경영
비닛 네여 최고경영자(CEO · 48)가 인도의 다국적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HCL테크놀로지스를 경영하게 된 것은 2005년.당시 창사 29년째를 맞은 회사는 연 매출액이 7억달러,직원이 3만여명이었다. 2001년부터 5년간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탔지만 경쟁업체를 앞지르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네여가 경영을 맡은 이후 회사는 고속성장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이익은 27억달러와 2억8000만달러로,5년 만에 각각 약 네 배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성장속도가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빨랐다. 직원은 현재 5만7000명에 달하며 회사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70%로 높아졌다. 인적 자원 컨설팅업체인 휴잇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HCL테크놀로지스를 인도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했다.
세계적 경영전략가인 미국의 게리 하멜은 월 스트리트 저널 홈페이지에 개설한 '게리 하멜의 매니지먼트 2.0' 블로그에서 "이 회사가 급성장한 비밀은 네여 CEO의 '피라미드 거꾸로 세우기식' 경영혁신에 있다"고 분석했다. "CEO는 직원들에게 명령하고 지휘하는 자리,무작정 비전을 제시하고 배를 몰아가는 선장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먼저"라고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톱-다운식 경영 지양
네여 CEO가 최우선적으로 한 것은 직원들을 대그룹과 소그룹별로 나눠 만나며 회사의 결점을 가감없이 분석해 달라고 요청한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일선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톱-다운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경영은 통제에 집착하는 경영진의 힘만 키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HCL테크놀로지스의 직원들이 대부분 젊은 인터넷 세대라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이들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혐오하고 수평적 협력을 중시했다. 관료주의적인 피라미드 경영이 자신들의 상상력과 추진력을 질식시킨다고 여겼다. HCL테크놀로지스에서 "직원 먼저,고객은 그 다음"이라는 네여의 경영원칙이 세워진 배경이다.
네여는 "고객들은 CEO와 경영진이 자신들을 접촉하는 게 아니라,직원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만족이 곧 고객 만족이라는 얘기다. 2006년 2월 직원 중심의 경영원칙을 발표하던 날 회사 주가가 8% 하락했지만,직원들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작은 일에서부터 출발
새로운 경영원칙은 작은 것에서부터 이행됐다. 'U&I'라는 사내 온라인 포럼을 설치해 직원들이 어떤 질문이라도 거리낌없이 던지게 했고,경영진과 간부들은 솔직하게 피드백했다. 초기에는 직원 대부분이 거친 표현과 욕설을 동원했다. 하지만 질문내용을 검열하지 않고 그대로 게재하자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직원들은 회사가 투명해지려 노력하고 경영진이 책임을 질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U&I는 직원들의 폭발성 불만을 알려주는 조기 경보시스템 역할을 하게 됐다.
네여 CEO도 뛰어들었다. 2009년 U&I 사이트에 '나의 문제(My Problems)' 코너를 추가 개설해 자신이 고민중인 주요 경영이슈를 공개하고 직원들의 조언을 구했다. 경영진의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게 하자는 의도였다.
HCL테크놀로지스는 더 나아가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직원 우선 위원회'를 설치했다. 문화 오락 기술 등과 관련해 비슷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직원들을 각종 위원회로 묶고 리더를 선출했다. 현재 활동 중인 리더는 2500여명에 이른다. 위원회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전략적인 통찰들을 제시하면 실행했다. 네여는 "CEO 한 사람만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매출의 20%가 이 위원회의 제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 및 재무관리 등 회사정책을 짜는 부서들과 서비스 현장직원들 간의 소통은 '스마트 서비스 데스크'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직원들은 데스크에 정책부서 관련 불만을 기록한 '티켓'을 제출할 수 있다. 불만이 24시간 내 해소되지 않으면 티켓은 명령계통을 타고 점점 상부로 올라간다. 한 달에 평균 3만장이 넘던 티켓은 최근 현저하게 줄었다.
◆팀단위 경쟁심리 자극
네여 CEO는 전시경영만 하지 않았다. 경영수치를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는 한 직원들이 실질적인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전략적인 경영정보의 공유를 직원들의 '알 권리'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팀 단위로 실적을 통보하고,전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내 팀단위 간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팀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실적이 우수한 팀은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수평적 상호평가뿐만 아니라 상하 간 상호평가도 도입했다. 지난해 사내 온라인에 '나의 청사진(My Blueprint)'을 신설해 300여명의 매니저들이 사업계획을 올리게 했다. 각 계획서는 오디오 프레젠테이션까지 첨부하도록 했다. 8000여명의 직원들이 게재된 사업계획서를 들여다보고 다양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HCL테크놀로지스는 또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니저들의 성과를 익명으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평가내용은 유리알처럼 공개됐다. 매니저들이 권한 행사에 보다 책임감을 갖는 효과가 발생했다.
경영전략가 하멜은 "HCL테크놀로지스의 직원 우선 혁신은 거창한 마스터 플랜 없이도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는 직원들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경영 설계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그러나 네여가 경영을 맡은 이후 회사는 고속성장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이익은 27억달러와 2억8000만달러로,5년 만에 각각 약 네 배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성장속도가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빨랐다. 직원은 현재 5만7000명에 달하며 회사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70%로 높아졌다. 인적 자원 컨설팅업체인 휴잇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HCL테크놀로지스를 인도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했다.
세계적 경영전략가인 미국의 게리 하멜은 월 스트리트 저널 홈페이지에 개설한 '게리 하멜의 매니지먼트 2.0' 블로그에서 "이 회사가 급성장한 비밀은 네여 CEO의 '피라미드 거꾸로 세우기식' 경영혁신에 있다"고 분석했다. "CEO는 직원들에게 명령하고 지휘하는 자리,무작정 비전을 제시하고 배를 몰아가는 선장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먼저"라고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톱-다운식 경영 지양
네여 CEO가 최우선적으로 한 것은 직원들을 대그룹과 소그룹별로 나눠 만나며 회사의 결점을 가감없이 분석해 달라고 요청한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일선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톱-다운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경영은 통제에 집착하는 경영진의 힘만 키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HCL테크놀로지스의 직원들이 대부분 젊은 인터넷 세대라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이들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혐오하고 수평적 협력을 중시했다. 관료주의적인 피라미드 경영이 자신들의 상상력과 추진력을 질식시킨다고 여겼다. HCL테크놀로지스에서 "직원 먼저,고객은 그 다음"이라는 네여의 경영원칙이 세워진 배경이다.
네여는 "고객들은 CEO와 경영진이 자신들을 접촉하는 게 아니라,직원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만족이 곧 고객 만족이라는 얘기다. 2006년 2월 직원 중심의 경영원칙을 발표하던 날 회사 주가가 8% 하락했지만,직원들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작은 일에서부터 출발
새로운 경영원칙은 작은 것에서부터 이행됐다. 'U&I'라는 사내 온라인 포럼을 설치해 직원들이 어떤 질문이라도 거리낌없이 던지게 했고,경영진과 간부들은 솔직하게 피드백했다. 초기에는 직원 대부분이 거친 표현과 욕설을 동원했다. 하지만 질문내용을 검열하지 않고 그대로 게재하자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직원들은 회사가 투명해지려 노력하고 경영진이 책임을 질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U&I는 직원들의 폭발성 불만을 알려주는 조기 경보시스템 역할을 하게 됐다.
네여 CEO도 뛰어들었다. 2009년 U&I 사이트에 '나의 문제(My Problems)' 코너를 추가 개설해 자신이 고민중인 주요 경영이슈를 공개하고 직원들의 조언을 구했다. 경영진의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게 하자는 의도였다.
HCL테크놀로지스는 더 나아가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직원 우선 위원회'를 설치했다. 문화 오락 기술 등과 관련해 비슷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직원들을 각종 위원회로 묶고 리더를 선출했다. 현재 활동 중인 리더는 2500여명에 이른다. 위원회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전략적인 통찰들을 제시하면 실행했다. 네여는 "CEO 한 사람만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매출의 20%가 이 위원회의 제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 및 재무관리 등 회사정책을 짜는 부서들과 서비스 현장직원들 간의 소통은 '스마트 서비스 데스크'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직원들은 데스크에 정책부서 관련 불만을 기록한 '티켓'을 제출할 수 있다. 불만이 24시간 내 해소되지 않으면 티켓은 명령계통을 타고 점점 상부로 올라간다. 한 달에 평균 3만장이 넘던 티켓은 최근 현저하게 줄었다.
◆팀단위 경쟁심리 자극
네여 CEO는 전시경영만 하지 않았다. 경영수치를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는 한 직원들이 실질적인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전략적인 경영정보의 공유를 직원들의 '알 권리'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팀 단위로 실적을 통보하고,전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내 팀단위 간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팀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실적이 우수한 팀은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수평적 상호평가뿐만 아니라 상하 간 상호평가도 도입했다. 지난해 사내 온라인에 '나의 청사진(My Blueprint)'을 신설해 300여명의 매니저들이 사업계획을 올리게 했다. 각 계획서는 오디오 프레젠테이션까지 첨부하도록 했다. 8000여명의 직원들이 게재된 사업계획서를 들여다보고 다양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HCL테크놀로지스는 또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니저들의 성과를 익명으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평가내용은 유리알처럼 공개됐다. 매니저들이 권한 행사에 보다 책임감을 갖는 효과가 발생했다.
경영전략가 하멜은 "HCL테크놀로지스의 직원 우선 혁신은 거창한 마스터 플랜 없이도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는 직원들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경영 설계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