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그린·긴 러프…코스 난이도 'US오픈급'으로 높인다
"미국LPGA투어 메이저대회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코스 셋업을 어렵게 하잖아요. KLPGA챔피언십도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경연장으로 만들어 주세요. "(서희경)

"메이저대회인 만큼 진정한 챔피언을 가려야죠.그린 스피드를 통해 실력을 가름하는 건 어떨까요. 한 해 중에서 골프 치기 가장 좋은 때이니까 그린 컨디션을 최고로 만들어 주세요. "(안신애)
유리알 그린·긴 러프…코스 난이도 'US오픈급'으로 높인다
미국LPGA투어에서 가장 어려운 대회는 단연 US여자오픈이다. 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선수들의 실력을 가리기 위해 코스 길이와 그린 빠르기,러프 높이 등을 다른 대회보다 훨씬 까다롭게 셋업한다. 그래서 대회 스코어도 언더파가 간신히 나올 정도다. 올해 우승자 폴라 크리머는 유일한 언더파(3언더파 281타) 성적으로 메이저 첫 승의 영예를 안았고 지난해 챔피언 지은희(24)는 이븐파로 우승컵을 들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내달 16~19일 열리는 '메트라이프 · 한경 KLPGA챔피언십 J골프 시리즈'를 US여자오픈 수준으로 셋업할 계획이다. 이정은(23 · 호반건설)이 18언더파로 우승한 지난해(3라운드 경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 라운드당 선두권 스코어는 2언더파 안팎,최종 우승자도 8언더파를 넘지 않을 것이란 게 KLPGA 측 설명이다.

김광배 KLPGA 경기위원장은 "KLPGA 타이틀이 걸린 선수권대회인 만큼 투어 선수들의 진짜 챔피언을 가리는 자리"라며 "코스 난이도를 높여 운이 아니라 실력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 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22년 전통의 88CC(경기도 용인) 서코스에서 열린다. 코스 전장은 6540야드로 길다. 일반적인 대회의 전장이 6300야드라고는 하지만 실제 거리는 이에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할 때 이번 대회 전장은 훨씬 더 길다. 대회를 치르는 오른쪽 그린은 개막 한 달 전부터 사용을 중지하고 관리에 들어간다. 일반 대회의 그린 빠르기도 3.0m(스팀프미터 기준)를 밑돌기 일쑤지만 이번 대회는 3.2m로 '유리알 그린'이라고 할 만하다.

러프 또한 복병이다. 러프 높이를 일반 대회보다 1~1.5㎝ 긴 5㎝로 맞춘다. 그린은 폭이 좁은 데다 언듈레이션(기복)이 심하다. 그린을 넘기면 내리막 퍼트를 해야 하므로 파세이브를 하기도 쉽지 않다.

승부에 영향을 미칠 홀로 14,15,16번홀이 꼽힌다. 내리막 형태의 14번홀(파4)은 페어웨이 좌우가 OB다. 전장은 402야드로 길고 그린 앞 오픈쪽 벙커도 경계 대상이다. 15번홀(파3)에서는 거리(196야드)뿐 아니라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사이의 연못,그린 주변 3개의 벙커를 조심해야 한다. 그린 오른쪽에서 부는 바람이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긴장을 풀면 보기를 범하기 쉽다는 게 지난해 88CC 클럽 챔피언 이규환씨의 설명이다. 16번홀(파4 · 400야드)에서는 볼을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올리는 게 중요하다. 연못과 3개의 벙커가 페어웨이에 도사리고 있다. 그린에서는 볼이 잘 구르므로 핀과의 거리를 감안해 낙하 지점을 잘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 위원장은 "코스에서 다양한 클럽을 구사하면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하겠다"며 "갤러리들이 많이 모이는 일부 홀은 좀 쉽게 셋업해 많은 박수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