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계가 검찰의 상장기업 수사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올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첫 작품인 상장기업 수사는 횡령 · 배임 · 주가조작 등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인원만 80여명,현재까지 기소된 인원만 20여명인 대형 수사다. 검찰이 한창 수사 중이어서 피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전 코스닥 업체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은 변호사 선임에 수십억원의 돈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전체 수임료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당 최대 20억원…입금부터 받아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나 법원에서 갓 나온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상장기업 수사 사건 수임으로 건당 최대 10억~20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특히 구속이나 기소를 막거나 기소내용을 최대한 줄여 보기 위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우선 선임 대상"이라며 "일부 변호사들은 아예 전액을 입금받고 수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피의자 한 명이 변호사 5명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거의 웬만한 재벌 수준"이라며"재판과정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판 · 검사에 '얼굴마담' 역할만 하는 변호사도 수억원을 챙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피의자들이 변호사 비용으로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빠져나가기만 하면 금방 사업을 재기,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돈 냄새'가 퍼지면서 브로커들도 몰려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변호사들이 권하지 않아도 피의자들이 알아서 담당 판 · 검사와 관련된 모든 인맥을 동원하려 한다"며"사건을 담당한 판사를 잘 안다며 피의자에 접근, 거마비 조로 2억원을 받아간 브로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사기성이 짙어 보이지만 피의자들은 '사업과 마찬가지로 재판 과정에서도 불가피하게 돈을 뜯길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변호사법상 변호사가 아닌 자가 돈을 받고 소송에 관여해 청탁 등을 하면 7년 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기업 수사 대기…전관 변호사 개업 '붐'

최근 인사를 마친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수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변호사 업계에 기업 형사사건 특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달 중소기업 간담회에서"사회적 책임이 큰 공기업,공적자금 투입 기업,상장기업,은행 대출 과다기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도 대우조선해양 납품 비리 의혹,LIG넥스원 군납비리 의혹 등 굵직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에서 최근 중간간부들이 줄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에서는 지난달 고검 검사급 이하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한 이후 30명가량의 검사가 사직서를 냈다. 지청장 등 부장검사급 이상 사직자는 16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업계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건당 최저 수임료는 올들어 5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저 1000만원으로 알려졌던 대형 로펌들도 300만원 사건을 수임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경우 회비를 못 낸 변호사가 1500여명에 이른다.

한 개인사무실 변호사는 "잘 나가는 전직 검찰 고위직 변호사는 1년에 100억원을 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기업수사 사건은 대부분 전관 출신이나 큰 로펌에서 맡게 마련이어서 변호사 간 소득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