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逆마르코폴로'와 '新장보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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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해외시장 투자·M&A 일사불란
한국 국부펀드 키워 대응체제를
한국 국부펀드 키워 대응체제를
최근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미국 방송에 출연해 "구글보다 리오틴토 사태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얼마 전 세계 3위의 철광석 회사인 호주 리오틴토에 대해 중국 국영기업 차이날코가 지분인수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다. 그런데 그 직후 리오틴토의 중국현지법인 대표와 직원들이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지분취득 협상 실패와 직원 체포가 무관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웰치 전 회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국제시장에서 중국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예다.
중국의 자원,에너지,식량을 향한 사랑(?)은 유별나다. 또한 아프리카를 향한 구애도 엄청나다. 현재 중국의 몇몇 성은 아프리카로의 농민 이민을 장려하고 있고 한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건너간 중국인들은 75만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 간 농산물 교역 규모는 매년 20%씩 성장해 2009년 2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중국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움직임이다. 2008년 -2.1%에 불과했던 수익률이 2009년에는 416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11.7%를 기록했고 자산규모도 무려 3324억달러로 늘어났다. 다양한 해외투자에 집중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CIC의 직접투자는 주로 천연자원,바이오연료,인프라와 금융서비스에 집중됐다.
또한 CIC는 대미 투자 시 부동산 펀드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일본이 록펠러 빌딩이라는 특정 부동산을 인수한 이후 미국에 반일 정서가 나타난 점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지분인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이 현상을 '역(逆)마르코폴로 전략'으로 부르기도 한다. 700년 전 마르코 폴로가 나침반 등 당시 중국의 최신 기술품을 세계에 소개했는데 이제는 중국이 해외 투자를 통해 선진기술,경영노하우 및 브랜드 등을 중국 국내로 확보해 들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개념이다. 그것도 정부와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이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작년 초 필리핀 전력청의 송 · 변전 담당 자회사 민영화에 참여해 지분을 매입한 후 1대 주주가 되었는데 그 이후 우리 기업들은 이 회사와 관련해 프로젝트 수주 실적이 한건도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이 해외 회사 지분을 일단 소유하고 나면 해당회사가 발주하는 공사,구입하는 원료나 부품 등 모두가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되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회사들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앞선다.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중국은 이제 기업과 정부,그리고 펀드 등이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대외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유일한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의 자산규모는 350억달러 정도로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메릴린치 지분 인수로 인해 손실이 났다고 아직도 혼나고 있다.
모든 딜에서 플러스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딜 하나하나에 간섭을 하면 어떻게 투자를 하는가. CIC도 2008년 마이너스 수익률을 딛고 2009년 플러스를 냈다. 이제 우리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 규모도 획기적으로 늘리고 무엇보다도 장기적 관점에서 우직하게 미래를 보면서 자원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도 이 시점에서 관련 정부부처와 기업들이 모두 힘을 모아 '신(新)장보고 전략'을 가동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중국의 자원,에너지,식량을 향한 사랑(?)은 유별나다. 또한 아프리카를 향한 구애도 엄청나다. 현재 중국의 몇몇 성은 아프리카로의 농민 이민을 장려하고 있고 한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건너간 중국인들은 75만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 간 농산물 교역 규모는 매년 20%씩 성장해 2009년 2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중국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움직임이다. 2008년 -2.1%에 불과했던 수익률이 2009년에는 416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11.7%를 기록했고 자산규모도 무려 3324억달러로 늘어났다. 다양한 해외투자에 집중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CIC의 직접투자는 주로 천연자원,바이오연료,인프라와 금융서비스에 집중됐다.
또한 CIC는 대미 투자 시 부동산 펀드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일본이 록펠러 빌딩이라는 특정 부동산을 인수한 이후 미국에 반일 정서가 나타난 점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지분인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이 현상을 '역(逆)마르코폴로 전략'으로 부르기도 한다. 700년 전 마르코 폴로가 나침반 등 당시 중국의 최신 기술품을 세계에 소개했는데 이제는 중국이 해외 투자를 통해 선진기술,경영노하우 및 브랜드 등을 중국 국내로 확보해 들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개념이다. 그것도 정부와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이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작년 초 필리핀 전력청의 송 · 변전 담당 자회사 민영화에 참여해 지분을 매입한 후 1대 주주가 되었는데 그 이후 우리 기업들은 이 회사와 관련해 프로젝트 수주 실적이 한건도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이 해외 회사 지분을 일단 소유하고 나면 해당회사가 발주하는 공사,구입하는 원료나 부품 등 모두가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되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회사들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앞선다. 글로벌 임밸런스 현상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중국은 이제 기업과 정부,그리고 펀드 등이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대외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유일한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의 자산규모는 350억달러 정도로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메릴린치 지분 인수로 인해 손실이 났다고 아직도 혼나고 있다.
모든 딜에서 플러스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딜 하나하나에 간섭을 하면 어떻게 투자를 하는가. CIC도 2008년 마이너스 수익률을 딛고 2009년 플러스를 냈다. 이제 우리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 규모도 획기적으로 늘리고 무엇보다도 장기적 관점에서 우직하게 미래를 보면서 자원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도 이 시점에서 관련 정부부처와 기업들이 모두 힘을 모아 '신(新)장보고 전략'을 가동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