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1월부터 최고 시속 130㎞의 전기차를 생산,이 중 250대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시범 공급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 역시 2012년까지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2000대를 만들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충전소 등 인프라와 부품가격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세계 각국은 이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공학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마당에 참석해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됐으며 100년 동안 계속된 산업구조가 조만간 완전히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구조가 단순하다. 일반 자동차는 화석에너지→열에너지→기계에너지→전기에너지 등의 복잡한 전환 과정을 거쳐 동력을 얻는다. 그러나 전기차는 이런 과정이 필요없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말해 '좋은 배터리와 모터에 바퀴만 달면 된다'고 말할 정도다.

전기차의 구조는 배터리와 모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온보드 충전기가 가정용 · 업소용 충전소에서 교류 전기를 충전받으면 이를 배터리에 직류 전기로 바꿔 보낸다. 이는 '모터 컨트롤러'인 인버터를 거쳐 모터에 전달되고 바퀴를 돌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배터리에 연결된 LDC(저전압 DC-DC 컨버터)도 주요 장비다. LDC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300V대 고전압을 헤드램프 등 각종 차내 전장품에 쓰이는 10V대 저전압으로 바꿔준다. 하이브리드카에서 착안해 가져온 회생제동브레이크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구동력(기계에너지)을 전기로 바꿔 저장하는 장비다. 에어컨도 전기차에서는 특수장비로 분류된다. 일반차의 경우 엔진 회전력이 벨트를 통해 에어컨 컴프레서에 전달된다. 차가 빨리 달릴수록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전기로 에어컨을 돌린다.

그러나 아직 전기차는 가격과 인프라 문제가 만만찮다. 홍존희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전기차개발실장은 "현재 보조금 없이 소비자가 전기차에 접근하기는 힘들고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주도적 투자가 없으면 기업으로서는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기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아 부품 가격이 너무 비싸고 도로 주행 시험을 할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미 '전기차 전쟁'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까지 총 2만개의 전기차 충전소와 함께 9개의 배터리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전기차를 30만대 생산하기로 목표를 세워놨으며 대규모 충전소를 실제로 짓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산업팀장은 "각국 전기차 동향을 매일 체크하고 있는데 중국과 미국의 공조가 탄탄해 양산 시점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2~3년 동안 테슬라 싱크 젠 등 세계적으로 전기차 기업은 수백개가 등장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30㎞,25분 충전으로 35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도 이미 나왔다. 미국의 트렉사는 최근 전기차 제조업체가 원하는 대로 차체와 배터리를 조합해 판매하는 '오픈 플랫폼' 사업까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