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떨어진 거리에서 1㎚(나노미터 · 10억분의 1m)의 차이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우주산업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를 응용하면 여러개의 소형 위성을 마치 한 그룹의 비행기 편대처럼 운용할 수 있어 행성 탐사,통신 · 기상 · 환경 측정 등에서 정확도와 신뢰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김승우 KAIST 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교수(극초단광학 초정밀기술연구단장 · 55)는 '펨토(femto:1000조분의 1)초 펄스 레이저'를 이용해 우주공간에서 1㎚의 거리를 식별하고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우주원천기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 결과는 광학분야 권위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그동안 장거리 측정의 한계점이던 1㎜ 분해능(측정기가 검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물리량)을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1㎜ 분해능은 수백㎞의 거리에서 1㎜의 차이를,1㎚ 분해능은 수백㎞에서 1㎚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성과는 연구진이 10여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펨토초 펄스 레이저'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는 수백~수펨토초 수준의 짧은 진동폭을 가지는 펄스를 연속적으로 낼 수 있는 레이저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정밀 거리 측정 기술은 대체로 위성체 등 측정기에서 발사된 펄스가 측정 대상물(예컨대 지구)에 부딪쳐 반사돼 돌아온 시간을 계산했다. 또 이 과정에서 광 펄스를 전기 펄스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해 어느 정도 오차를 피할 수 없었고 분해능도 1㎜에 머물렀다.

그러나 펨토초 펄스 레이저는 측정펄스와 별도로 '기준펄스'를 발사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해 나노 수준의 정밀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광 펄스를 전기 펄스로 변환할 필요 없이 바로 '광상호상관기'에 기준펄스와 측정펄스를 쏘고,출력되는 광량을 통해 펄스 간 시간차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치 여러개의 초정밀 거울을 동시에 우주로 띄워 돌리며 우주를 관측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등가구경을 구현한 것"이라며 "이는 우주관측기술인 허블망원경의 차세대 개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의 정밀 거리 측정 기술은 '편대위성군 운용'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편대위성군 운용이란 여러대의 소형 위성을 동시에 우주로 쏘아올린 후 위성 간 거리 측정을 통해 각 위성의 자세 제어를 수행하고 전체 대형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편대위성군 운용,위성 또는 행성 간 거리 측정을 통한 일반상대성 이론 검증을 할 수 있는 미래 우주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항공우주국(ESA)은 편대위성군 운용 프로젝트 '다윈(Darwin)',위성 간 정밀 거리 측정을 통해 중력파를 감지하고 이에 따라 우주공간 내 일반상대성 원리를 검증하려는 '리사(LIS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