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手製) 자동차의 역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수제 마차가 존재했고,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하는 교통수단으로 데뷔를 했으니 수제차의 원조는 마차인 셈이다.

마차를 영국에서는 코치(coach)라 부른다. 지금의 코치는 무언가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만 마차시대의 코치는 말 네 마리가 이끄는 대형 마차를 일컬었다. 또 국왕이 타는 공식 마차도 코치로 불렀다. 이런 코치를 만드는 사람들을 '코치 빌더(coach builder)'라 칭했는데,지금은 자동차를 개조하는 사람 또는 손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코치 빌더를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로 부른다. 백야드(backyard)는 뒤뜰이나 뒷마당을 뜻하지만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는 '빌더(builder)가 결합돼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자동차를 손수 개조하거나 만드는 사람'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코치빌더나 백야드빌더는 철저히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자동차를 만든다.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양산차 업체와 구분되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같은 모델이라도 차의 스타일,엔진의 배기량,시트의 재질 등이 제각각이다. 과거 코치빌더가 귀족이나 왕족의 요구에 따라 마차를 만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수제 자동차는 늘 고가(高價)다. 대량으로 만들 수도 없거니와 때로는 주문에 따라 제작이 이뤄지는 만큼 가격을 비싸게 매길 수밖에 없다. 값이 비싸다는 점은 수제자동차를 명품의 반열에 올리는 또 다른 배경이 되기도 한다. 생산대수가 적어 값이 비싼 것인지,아니면 장인의 철학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고가정책을 사용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적은 수량의 차량을,오랜 기간,정성들여 손으로 만들기에 수제자동차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제자동차로는 마이바흐,롤스로이스 등이 꼽힌다. 100% 수제는 아니지만 폭스바겐 페이톤 또한 장인의 손길이 담겨진 차종으로 분류된다. 이 회사들이 수제자동차를 고집하는 이유는 차별화다. 다른 자동차와 어떻게든 달라보이기 위해서라도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번거로움을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으로 만든다고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기술이 축적된 장인들이 모여 만드는 까닭에 섬세함은 더 뛰어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손으로 자동차를 한 대 만드는 기간은 통상 3개월 정도가 걸린다. 45초마다 차 한 대가 뽑아져 나오는 대량생산 방식과 비교할 때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롤스로이스가 팬텀 블랙의 판매량을 연간 25대로 한정한 것도 수작업에 따른 작업시간이 길어서다.

요즘 수제자동차는 과거와 달리 개념이 다소 확대되는 추세다. 수제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생각이 변하면서 생긴 일이다. 과거 롤스로이스는 미국의 4성 장군이었던 아이젠하워에게 자동차를 팔지 않았다. 롤스로이스는 귀족이나 왕족이 타는 차지 군인이 탈 만한 차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돈이 있다면 누구나 롤스로이스를 구입할 수 있다. 어차피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 그렇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자격을 제한했던 때와 비교하면 세상도 많이 변한 것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