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G2'가 되기 싫은 중국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개발도상국."(신화통신) "2위 경제대국이 경제강국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국제금융보) "겸손이라는 중국의 전통을 지키는 게 우선."(인민일보)

중국이 지난 2분기 GDP 규모(1조3390억달러)에서 일본(1조2880억달러)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선 후 올 한 해 평균으로도 2위를 차지할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인 17일.중국 언론들은 이처럼 한결같이 몸을 낮춘 반응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프랑스 경제학자 디아나 오크래슈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경제는 여전히 하청에 기반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첨단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대부분 외자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이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중국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600달러로,세계 124위에 머물렀으며 일본(3만9000달러)의 10분의 1도 안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국제금융보도 "중국의 1인당 GDP는 알바니아 수준에 머문다"며 "2위 경제대국과 2위 경제강국은 같은 게 아니다"고 역설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이 2위 경제대국이 된 이후'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이 (당나라와 같은) 세계 경제대국으로 재부상하는 데는 15~25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왜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으려 할까. 친중국계인 홍콩 문회보는 '중국 경제대국 부상의 두 가지 얼굴'이라는 사설에서 "중화의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중국의 경제실력에 맞지 않는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지우는 중국책임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인민일보가 국제사회의 중국 경제 책임론을 중국 위협론의 재판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서방과 이견 차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중국도 이젠 자국 발전의 기틀을 제공한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