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두산메카텍을 흡수합병한다.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두산건설과 두산메카텍은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11월 초 두 회사의 합병을 의결했다. 합병비율은 두산메카텍 1주당 두산건설 4.13주로 결정했다. 두산메카텍은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지난해 5657억원의 매출을 올린 화공 플랜트설비 업체다.

두산건설은 그동안 주택사업에 주력해 왔으나,이번 합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두산메카텍의 화공,발전 등 플랜트 설비 제작능력과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흡수,2013년 매출 5조원의 글로벌 인프라 · 플랜트 건설 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주택사업 비중은 64%에서 내년 41%로 줄어드는 대신 플랜트와 해외사업 비중은 각각 22%와 16%로 커질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두 회사 간 합병으로 그동안 그룹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됐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두산건설은 이번 합병을 통해 약 7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6월 말 현재 290%대인 부채비율은 220%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에는 부채비율을 130%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두산건설은 국내 최대 주상복합단지인 일산 위브더제니스 분양이 부진해지면서 유동성 논란을 겪어 왔다.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10대 건설사에 걸맞은 외형 확대와 자본 확충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극심한 불황을 겪는 국내 주택 사업에서 벗어나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해외 플랜트 시장 공략 기반 마련 및 재무건전성 확보 등의 효과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당초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하기 전에 두산메카텍을 매각,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했었다. 하지만 올초 국내 모 대기업과 매각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가격 문제로 인해 '딜'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두산메카텍을 매각하는 대신,두산건설과 합쳐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업 시너지 효과를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국내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도 계열사 흡수합병으로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부채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택할 공산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건설업체들마다 견실한 제조업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성선화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