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PC 제조업체 델(Dell)이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를 인수해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급성장하는 IT 서비스 시장에서 IBM,HP 등과의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델은 미국 스토리지 업체인 '3PAR'를 11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1999년 설립된 3PAR는 스토리지 시스템과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제작하는 업체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스토리지 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신프로비저닝' 기술을 토대로 전 세계 유명 IT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델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이익이 낮은 PC 제조보다는 향후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IT 서비스 분야로 주력사업을 이동시키겠다는 목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경쟁사인 HP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아시아 업체들에 밀려 PC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델은 53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HP 매출의 절반에 그쳤다. 올 1분기엔 출하량 기준에서 대만 넷북 제조업체인 에이서에 뒤져 그동안 지켜왔던 부동의 2위 자리까지 내줬다. 게다가 신흥 시장에선 저가 PC로 승부하는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업체들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796억달러에 달했던 전 세계 스토리지 서비스를 비롯한 클라우딩 컴퓨팅 시장은 2014년엔 3778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와이파이 등 무선인터넷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인터넷으로 서버 및 스토리지 등을 활용하는 수요가 기업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델은 2008년에 이퀄로직을 14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올해도 엑사넷,오카리나 등 스토리지 서비스 업체들을 인수하며 적극적으로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2007년 CEO에 복귀한 후 줄곧 'PC를 넘어서라'(Beyond PCs)는 모토로 내걸고 스토리지 시장을 비롯한 IT서비스 분야 강화에 힘쏟아 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