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지난 상반기에 빼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어제 발표한 12월 결산법인 565개사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영업이익은 79.6% 증가했고 특히 순이익은 124.2%나 급증함으로써 말 그대로 '깜짝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IT제품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상품의 수출호조, 설비투자 확대, 민간 소비 증가 등에 힘입은 결과다.

주목되는 것은 일부 대기업들만이 아니라 대다수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됐다는 점이다. 84개사가 흑자전환하는 등 흑자기업이 492곳으로 전체의 87%를 넘는다. 이제 기업들이 웬만큼 체력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 7.6%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음은 물론이다. 기획재정부가 올 연간 성장률을 당초 5.0% 안팎에서 5.8%로 높이고 한국은행 역시 5.9%로 올려 잡은 이유다.

문제는 하반기 들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추가 부양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 역시 부동산 과열 등을 의식해 긴축의 고삐를 더 조일 태세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고 보면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로 상반기 35%였던 수출증가율이 하반기엔 20.4%로 떨어지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24.8%에서 6.2%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정부는 하반기 경기에 대해 보다 경각심을 갖고 제반 여건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용확대와 직결되는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이 위축되지 않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한은 역시 기준금리 추가인상 시기 등을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추가 금리인상이 원자재값 상승 등과 겹치면 기업들이 감내할 수 없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