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 배는 당도가 낮은데 비싸고 햅쌀은 나오지도 않는다. 날씨가 더워 반팔차림으로 추석 성묘를 간다. '

올 추석(9월22일)이 지난해보다 10일이나 빨라짐에 따라 '이른 추석'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9월에도 더위가 이어져 자칫 '아열대 추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고,유통업계는 봄 냉해와 이른 추석으로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과일과 곡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보다 6도 높은 '여름추석'

음력 8월14~16일인 추석연휴는 보통 10월 초 · 중순이지만 2~3년을 주기로 9월 중 · 하순에 찾아온다. 추석날 기온은 9월인가 10월인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서울의 추석 평균기온은 2007년(9월25일) 22.2도,2008년(9월14일) 24.4도였지만 지난해(10월3일)엔 17.9도로 뚝 떨어졌다. 기상청은 다음 달 중반 들어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최고 23도 안팎) 것으로 보고 있다. 즉,올 추석은 지난해보다 기온이 6도가량 높은 더운 추석이 된다는 것이다. 아열대성 추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앞으로 2050년까지 추석이 가장 이른 해는 2014년과 2033년으로 9월8일이다. 내년 추석도 올해보다 열흘 더 앞당겨진 9월12일로 상당히 빠른 편이다. 가장 늦었던 추석으로는 1919년의 10월8일이 꼽힌다.

들쭉날쭉한 추석은 여러 논란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농산물 생산과 유통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추석을 양력으로 고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추석이 빨리 찾아오면 과수농가들이 조기 출하를 감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예년보다 품질과 맛이 떨어지는 상품을 비싼 가격에 사야 한다. 인창수 서울농수산물공사 전산정보팀 과장은 "9월 말~10월 초는 계절이 달라지는 시점"이라며 "추석이 9월이면 10월 들어 생산량이 늘어나는 과일의 공급이 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사과 · 배는 지난 4월 냉해와 6월 저온현상의 영향으로 개화 및 착과가 지연되면서 나주와 상주 등 주요 산지의 물량이 5~10%가량 줄었다.

◆차례상 물가 20% 오를 듯

이호정 이마트 과일 바이어는 "올해는 강수량이 적어 과육이 작고 당도도 낮아 고품질 상품은 가격이 10~20%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조기 출하되는 상품의 산지에 예년보다 한 달가량 먼저 돈을 주고 물량을 사들이는 한편,시설재배(하우스재배) 과일 확보에도 나섰다. 신경환 과일 상품기획자는 "이와 함께 곶감세트의 판매 호조가 예상돼 물량을 전년 대비 50%가량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큰 폭의 가격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우는 가격이 8~10%가량 하락할 전망이다. 한우 가격 고공행진에 농가에서 사육두수를 늘려 다음 달에는 사상 최대인 284만두에 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동건 현대백화점 정육 바이어는 "과일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우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린 5만세트가량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운 날씨탓에 배송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병수 롯데마트 한우 상품기획자는 "추석이 빠른 해에는 높은 기온 탓에 냉동 · 냉장 유통되는 정육,수산물의 배송과정에서 선도 악화가 우려된다"며 "이에 대비해 올해는 모든 선물세트에 아이스팩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밖에 굴비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갈치,옥돔,대하 등은 어획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10~15%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추석 차례상 물가도 지난해 농협유통이 발표한 18만230원(4인가족 기준)보다 20% 오른 21만6000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석/임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