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22개 공기업 부채가 최근 5년 동안 15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제2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04~2009년 공기업 재무현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2개 공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04년 5조9691억원에서 2009년 2조7576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부채는 같은 기간 82조6966억원에서 212조512억원으로 156.4% 늘었다.

이는 공기업들이 기존 사업에서 충분한 수익을 못 내면서 신사업만 무리하게 벌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융회사로부터 빚을 내서 사업을 벌였기 때문에 이자를 내야하는 금융성 부채가 크게 늘었다. 22개 공기업의 금융성 부채는 2009년 말 현재 155조6223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73%가량을 차지했으며 이들은 매년 4조3832억원을 이자로 내고 있다.

가장 부실이 심각한 쪽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공기업들이었다. SOC분야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150조8834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71.25%를 차지했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09조2428억원으로 부채순위 1위였다. 부산항만공사는 2004년 457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2075억원으로 5년 만에 무려 2539.9% 늘었다. 한국철도공사도 설립 이후인 2005년부터 매년 5000억~7000여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 금융성 부채가 2005년 5조2520억원에서 2009년 7조342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 분야 공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조사됐다. 한전은 2009년 금융성부채만 21조9926억원으로 6년 전에 비해 9조4758억원(75.7%) 증가했다. 4조8847억원의 금융성 부채를 안고 있는 석유공사의 경우 최근 6년 사이에 4조원이나 빚이 늘었다.

이은경 예산정책처 평가관은 "최근 공기업들이 상당한 외형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수익구조 개선이 아닌 레버리지 확대에 의한 것이었다"며 "부채관리를 적정한 수준에서 하지 않으면 공기업 경영부실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