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파일 `판도라 상자' 될 수도

노무현재단이 18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ㆍ고발해 조 내정자가 언급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가 검찰 수사를 통해 과연 가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은 노 전 대통령의 유족 등이 사자의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조 내정자를 고소ㆍ고발함에 따라 이 사건을 배당해 곧 고소사건 처리 절차대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유족 측은 조 내정자가 `차명계좌' 등의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입장인 만큼 검찰로서는 조 내정자의 차명계좌 언급이 허위사실인지를 판단하려면 차명계좌의 실존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기록을 넘겨받거나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을 불러 차명계좌를 발견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이번 수사가 조 내정자 발언의 명예훼손 혐의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 수사팀에서 차명계좌를 실제로 발견했는지를 파악할 뿐이지 차명계좌의 유무를 다시 파헤치는 식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17일 이번 파문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야당에 제안한 점 등에 비춰보면 명예훼손 수사와는 별도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보유 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차명계좌 외에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조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 관계자를 상대로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조 내정자가 차명계좌 존재 등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경위 등도 파악해 보고 법리 검토를 거쳐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차명계좌의 존재가 허위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되더라도 고의로 노 전 대통령 등을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도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된 상황에서 유족 측이 고소ㆍ고발장을 내긴 했지만, 사태의 추이에 따라 고소ㆍ고발이 취하될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차명계좌 존재 여부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검찰 캐비닛 안으로 들어가버린 당시 수사파일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다시 빛을 보면서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로 변모할지는 현재로선 점치기에 이른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