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가 18일 급락(채권가격은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각각 0.06%포인트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0%,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28%에 마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데도 채권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은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매집한 결과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1조700억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올해 하루 평균 국채매입 규모(1094억원)의 10배 수준이다. 관계자들은 이날 외국인이 사들인 국채 중 상당 규모가 중국의 매입 물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국채 사는 이유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중국이 큰 틀에서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현재 외환보유액은 2조4500억달러.이 가운데 60% 이상이 미국 국채 등 미국 달러화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약간 넘는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고 미국이 더블 딥(경기 회복 후 재차 하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중국으로선 미국 달러화 자산을 팔고 다른 국가 통화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이를 행동에 옮기고 있다. 홍콩 명보는 중국이 지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미국 국채를 565억달러어치 팔았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대신 미국 국채를 판 돈을 아시아 자산을 사는 데 집중 투입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일본 국채를 1조7326억엔어치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일본만으로 아시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한국을 택했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국가 중 하나인 데다 국채 금리도 일본보다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400억달러 더 살 수도"

중국이 지난해 8월 매입을 시작해 1년 만에 편입한 한국 국채는 4조3539억원(37억2000만달러)어치다. 이는 중국 외환보유액의 0.15%에 불과하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외환보유액의 1.5%까지 한국 국채를 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산 한국 국채가 37억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400억달러어치 이상을 매입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화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인 반면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이 수준까지 원화자산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영향은

당장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하락하는 영향을 받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초 연 4.44%에서 18일 연 3.70%로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선 "앞으로는 한국 중앙은행(한국은행)보다 중국 중앙은행(인민은행)의 동향을 더 예의주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은 환율을 하락(원화가치는 절상)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 내려 1174원20전을 기록했다. 5월25일 1270원대와 비교하면 석 달도 안 돼 100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중국이 경합하는 품목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중국이 어떤 의도를 갖고 한국 국채를 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일본에서 중국이 일본 국채를 대거 매입한 여파로 엔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른 나라 국채를 매입한다는 분석은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