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두산 등 그룹사들이 계열사 간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하면서 적정 가치를 제멋대로 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J 그룹의 지주사인 ㈜CJ는 100% 자회사 CJ글로벌홀딩스 지분 전량을 CJ제일제당에 넘기고, CJ제일제당으로부터 신주 42만1171주를 받기로 했다. ㈜CJ의 CJ제일제당 지분은 기존 35.7%에서 37.8%로 확대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CJ 계열사 간 M&A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CJ글로벌홀딩스가 해외에서 사료 사업을 하고 있어 ㈜CJ 보다는 CJ제일제당과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되서다.

김주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본사 사업부에서 국내 사료사업을 하고 있다"며 "CJ글로벌홀딩스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CJ글로벌홀딩스의 가치평가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부가 231억원짜리 회사를 916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실제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액이 작년 이 회사의 연간 순이익 대비 3.5배, 순자산의 6.5배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높다"고 했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턴어라운드 시점이 작년인데다 자본금도 200억원 수준에 불과한데 916억원의 취득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CJ글로벌홀딩스는 2008년까지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26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이경주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부(富)가 ㈜CJ로 이전됐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그룹 관계자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적절한 가치를 산출했다"며 "CJ글로벌홀딩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2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돼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산건설과 두산메카텍 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 그룹은 반대로 두산메카텍의 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건설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메카텍을 흡수 합병키로 결정했다. 두산메카텍 1주당 두산건설 약 4.13주가 배정됐다. 합병 완료 이후 최대주주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분은 기존 54.6%에서 72.8% 상승한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메카텍의 합병가액이 1만9098원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자산가치 3만1754원과 수익가치 1만662원을 1대 1.5로 가중평균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가치는 적정가치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나 수익가치의 경우 향후 이익 성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합병 비율 산정 시 두산건설 쪽에 보다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얘기다.

두산건설이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따르면 두산메카텍은 올해 137억원의 경상순손실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386억원의 경상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회계법인을 통해 미래가치 등 여러 요인을 꼼꼼히 따져보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건설 주가는 두산메카텍과의 합병 계획이 알려진 전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이날까지 최근 사흘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