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개혁에 착수했다. 이들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증권(MBS)을 발행함으로써 금융사에 주택대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막대한 적자로 납세자의 돈을 축내는 '돈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7일 재무부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모기지 금융시스템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정부는 학계 및 정치권의 여론 수렴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시행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핵심적인 개혁 대상은 정부의 역할이다. 2008년 후반 금융위기 이후 국책 모기지 회사가 MBS 발행 시장의 90% 이상을 떠맡아왔다. 정부의 보증을 통해 모기지 시장을 지탱해온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국책 모기지 회사의 민영화를 통해 주택대출 시장에서 발을 빼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 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동안 MBS 시장이 유지된 데는 정부의 보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당장 민간이 이를 대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완전 국유화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연방정부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양대 모기지 회사를 사실상 국유화한 이후 투입한 공적자금은 1480억달러에 달한다. 전반적인 주택 가격 하락과 부적격 모기지를 담보로 한 MBS 보증 업무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들어선 침체에 빠진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가압류 유예,모기지 재조정 등을 늘리면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모기지 증권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기초로 발행하는 증권.자산담보부 증권의 일종이다. 증권을 투자자에게 매각함으로써 대출 채권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사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국책 모기지 회사가 사들여 이를 바탕으로 증권을 발행하고 있다.